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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봅슬레이]이 용 감독 "4인승 잘해야 동메달 아니냐, 죽자살자 하지 말라 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2-25 13:45


평창=임정택 기자

"4인승은 잘해야 동메달 아니냐. 죽자 살자 하지말고 편안하게 다독였는데 그게 통한 것 같다."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40)도 남자 봅슬레이 4인승의 은메달을 기대하지 않은 눈치였다.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도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으로 구성된 봅슬레이 4인승은 25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대회 4차 시기에서 49초65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1~4차 시기 합계 3분16초38을 기록한 한국은 독일의 니코 발터 조와 동률을 이뤄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조는 3분15초85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봅슬레이는 그 동안 유럽과 미주의 전유물이었던 올림픽 메달을 빼앗았다. 한국의 생애 첫 올림픽은 2010년 밴쿠버 대회였다. 남자 4인승이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한국의 썰매 개척자' 강광배를 비롯해 이진희 김동현 김정수가 호흡을 맞춰 19위에 올랐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선 원윤종-전정린-석영진-서영욱 조가 20위에 랭크된 바 있다.

소치 대회에선 2인승과 4인승에서 2팀씩, 여자 2인승 1팀이 출전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메달이다. 봅슬레이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에 발을 뻗은 국가는 일본이었다. 1972년 자국에서 벌어진 삿포로 대회였다. 이후 1984년 대만이 아시아의 두 번째 국가로 올림픽에 나섰지만 유럽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의 벽은 높았다. 아시아는 46년간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한을 한국 봅슬레이 4인승이 끊어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표팀이 시상식에 참석해 은메달을 수여받고 있다. 평창=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3-4차레이스가 25일 오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렸다.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봅슬레이 대표팀. 평창=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 감독은 "2인승 경기 이후 응원이나 격려 대신 '작전에 실패했다' 등 쓴소리가 나오니 선수들이 더 위축됐다. 그래서 4인승을 앞두고는 아예 마음을 내려 놓았다. 선수들에게 신경 쓰지 말자 했다. 어차피 4인승은 잘해야 동메달 아니냐. 죽자 살자 하지 말고 편안하게 하자고 다독였는데 그게 통한 것 같다"며 웃었다.


분위기 전환이 효과를 봤다. 봅슬레이 2인승은 비장하게 준비한 것에 비해 4인승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이 감독은 "2인승은 경기 이틀 전부터 숨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모든 것을 통제시키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준비했다. 그런데 4인승은 편안하게 했다. 사람들도 왔다 갔다 하고 음악도 틀어놓고 선수들에게 긴장할 틈을 안 줬다. 그런 것이 조바심을 버리고 편안하게 탈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브레이크맨 김동현의 대회 직전 합류는 신의 한 수 였다. 이 감독은 "사실 김동현에게 (브레이크맨으로 합류해주길)말하고 싶었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왔다. 김동현도 파일럿 생활을 5~6년 했던 선수다. 자존심을 접고 결단을 내려준 것이다.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원윤종의 무결점 드라이빙 능력은 눈물로 다져졌다. 이 감독은 "사실 2인승이 끝나고 원윤종이 펑펑 울었다. 정말 펑펑 울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 달래주고 싶었는데 그 눈물로 2인승 못했던 것을 다 치유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냥 놔두었다. 덕분에 4인승 때 실수 없이 잘 탄 것 같다. 2인승의 한을 풀었다"고 전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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