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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에 나선 선수 같지 않았다. '괴물' 최민정(20·성남시청)은 밝게 웃고 있었다. "부담은 없다"고 수 차례 얘기했었다. 그러나 4관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스무살 소녀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반복 주문을 외웠다.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받아 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최민정은 그렇게 덤덤하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을 노렸다.
그렇게 꼬박 2년을 준비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500m 금메달이 날아가버렸다. 최민정은 13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실격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긴 했지만 두 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다 킴 부탱(캐나다)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무릎을 건드려 인페딩(밀기) 반칙으로 실격됐다.
경기가 끝난 뒤 최민정은 펑펑 울었다.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그 동안 힘들게 노력했던 것 때문에 눈물이 났다.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셨는데 보담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응원을 가져달라."
그러나 최민정은 또 다른 장점인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모습이었다. 14일 회복훈련에서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전혀 처진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전설' 전이경 싱가포르대표팀 감독과 얘기를 나눌 때는 환하게 웃기도 했다. 최민정은 전날 경기 여파를 고려해 훈련 30분만 소화했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이젠 주종목인 1000m와 1500m가 남았다.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생애 첫 올림픽을 치르는 최민정은 그렇게 단단해지고 있었다. 500m 실격으로 펑펑 쏟은 눈물이'괴물'을 더 무섭게 진화시키고 있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