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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체크]'기준 미달' 지적 받던 관동하키센터, 단일팀 맞이한 현재 모습은?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2-05 17:57


스포츠조선은 지난해 4월 20일자 보도를 통해 2018년 평창올림픽 인프라 준비과정을 중간점검했다. 이날은 평창올림픽 개막 300일을 앞둔 시점으로, 인프라 개선 '골든 타임'으로 볼 수 있는 시점이었다.

여러가지 미비한 점들이 있었지만, 그 중 제일 심각했던 건 아이스하키 경기장이었다. 평창 아이스하키가 펼쳐질 경기장은 두 곳. 강릉하키센터와 관동하키센터.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강릉센터에서,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남북 단일팀은 관동센터에서 경기를 치른다. 5일엔 첫 공식훈련도 했다.


지난해 4월 관동하키센터 외부.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강릉센터는 비좁은 라커룸과 라커룸 내 소변기가 없어 지난해 4월 6일 치러진 한국-러시아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평가전 2연전 당시 선수단에서 많은 불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상태가 더 심했던 건 관동센터. 강릉센터보다 더 좁았다. 당시 국내 아이스하키계의 한 관계자는 "강릉센터도 강릉센터지만 관동센터가 더 심각하다. 이 상태로 올림픽을 치르면 큰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눈으로 본 관동센터는 '기준 미달'의 경기장이었다. 일단 국제대회를 소화할 규모에 못 미쳤다. 좁다고 지적받았던 강릉센터의 라커룸보다 더 좁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강릉센터의 경우 남자 선수 기준으론 협소하지만, 그나마 여자 선수들에겐 괜찮은 크기. 하지만 관동센터는 여자 선수들에게도 비좁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또,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기자석 등 경기장 주요 공간에도 문제가 있었다. 믹스트존이 너무 좁았다. 국제대회에선 TV존, 리포트존으로 분리돼야 하지만, 관동센터는 두 지역을 나눌 만큼 넉넉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석은 '장님석'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빙판이 보이지 않는다. 일어서도 시야는 빙판 절반에 못 미친다. 당시 강원도청 올림픽운영국 빙상시설과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부터 IIHF 추천 자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했다. 모든 시설을 요구사항 대로 구축했다"며 "라커룸과 믹스트존도 마찬가지다. 단계별로 외국 전문가 자문에 따라 만들었다.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관동센터 기자석도 제일 높은 데 배치돼있다. 경기가 (물리적으로)안 보일 수 없다"고 설명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이었다.


지난해 4월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경기 후 선수들이 믹스트존을 빠져 나가는 모습. 국제대회를 소화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였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개선된 관동하키센터 믹스트존의 TV존.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개선된 관동하키센터 믹스트존의 리포트존 입구. TV존과 명확히 구별돼 있고, 규모 역시 커졌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어쨌든 시간이 흘렀고, 이제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 사이 관동센터가 대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아이스하키 여자 남북 단일팀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관동센터는 남북 선수가 하나로 뭉쳐 빙판을 누비는 역사적인 장소가 됐다. 세계인의 눈길이 관동센터로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과연 관동센터는 D-300과 비교해서 얼마나 달라졌을까. 스포츠조선이 4일 다시 현장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우선 23명에서 35명으로 늘어난 단일팀 규모에 맞춰 라커룸이 확장됐다. 기존 23개의 라커를 35개로 늘렸다. 지난달 29일 공사를 마쳤다. 조직위 관계자는 "기존 면적 내 라커룸 추가 면적 확보에 제안이 있어 선수 출입구 인근에 임시 시설물을 설치해 경기장 외부에서 운영 가능한 기능실을 이동시켰다"며 "라커룸 내부는 팀별 요청 의견을 사전 수렴해 코치룸 출입문 추가 설치 등 선수 이동 동선, 이용 패턴에 맞춰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믹스트존도 개선됐다. TV존, 리포트존이 명확히 나눠져 있고 규모 또한 전보다 넓어졌다.


지난해 4월 관동하키센터 기자석 시야(왼쪽).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책상의 재질이 바뀌었을 뿐 시야 문제는 여전하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그러나 '장님' 기자석 문제는 여전했다. 앉아서는 도저히 경기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반쪽 구조였다. 책상의 재질만 더 튼튼하게 바뀌었을 뿐 시야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마침 방송 시스템을 점검하던 외국인 기술자가 있어 기자석에서 링크를 바라봐 줄 것을 요청했다. 외국인 기술자는 앉자마자 "그 동안 일하면서도 큰 관심이 없어 기자석 쪽에 가보지 않았는데 매우 좋지 않다. 경기를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외국 해설진. 앉았을 때 경기를 볼 수 없어 경기 내내 일어선 채 해설을 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보게 될 일이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이대로라면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 취재를 위해 관동센터에 온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노트북을 책상에 펴고 일어서서 고개를 앞으로 쭉 뺀 채 경기를 지켜보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관동하키센터의 코멘터리 포지션(CP)는 주관방송사와 중계사로부터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시설이란 극찬을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방송뷰를 위해 카메라 플랫폼 위치를 잡다보니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시야가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의자 높이를 조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지만 개선 성과가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시야가 제한되는 모든 기자석 테이블에 TV 설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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