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그 많던 테니스장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1-29 18:26



정 현(22·한국체대·삼성증권 후원) 발 테니스 붐. 자칫 반짝 관심에 그칠 판이다. 치고 싶어도 칠 데가 없다.

정 현의 사상 첫 메이저 4강 진출 이후 실제 테니스 관련 용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정 현이 노박 조코비치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킨 일주일(17∼23일) 동안 테니스가방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6% 급증했고 테니스화와 테니스장갑 등 경기용품의 매출도 85%나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테니스라켓의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용품 매출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장소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 현이 일으킨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활체육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정작 칠 데가 마땅치 않다. 테니스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같은 혹한기에는 더 문제다. 서울 시내 공공 테니스장 중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코트는 단 5개 뿐.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설 테니스장을 이용하기에는 두배 이상 비싼 요금이 부담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테니스장이 참 많았다. 아파트 단지, 공공 시설 마다 흔히 볼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박정희 정부의 정책 때문이었다. 1976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는 의무적으로 정구장, 즉 테니스장을 설치하도록 했다. 주민의 여가 문화 생활을 위한 선진 체육시설 확대 차원이었다. 목동 아파트 단지 등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에 테니스장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흔했던 테니스장, 1990년대 들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였다.


첫째, 도시재생 과정에서의 도태다. 근접성과 가성비가 높은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이 경제논리에 밀리며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늘어난 차로 인한 주차장 확보 등 다른 용도로 변경됐다.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재개발 과정에서 부족한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니스장이 없어진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곽 회장은 테니스 저변확대와 주니어 선수 발굴을 위한 발전적 대안으로 공간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운 매직테니스장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둘째, 재벌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조치도 여파를 미쳤다. 지난 90년 노태우 정권은 5.8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일환으로 재벌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독려했다. 테니스장이 많았던 강남, 서초 등 서울 지역 금싸라기 땅들도 일부 대상이 됐다. 이 조치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했지만 테니스장 감소라는 부산물을 피할 수 없었다.

셋째, 테니스 신규 진입의 자연감소다. 테니스 클럽과 회원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정체돼 있다. 새로운 뉴커머가 줄어든 탓이다. 테니스장 확보의 어려움과 높아지는 초보자 진입장벽, 프로스포츠 활성화, 인터넷과 게임 보급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공간확보가 마땅치 않은 현실 속에 새로운 테니스장을 무리해서 짓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인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테니스 공보다 크고 푹신한 매직 테니스와 확산중인 스크린 테니스의 보급 등 생활 스포츠로의 다양한 접근이 현실적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