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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걷어낸 '피겨 간판' 최다빈, 이젠 평창 반전극 남았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1-28 20:21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최다빈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곤 하지만, 인생은 유독 최다빈(18·수리고)에게 가혹했다. 특히 2017년이 그랬다.

뽀얀 피부에 동글동글 앳된 얼굴. 고생이라곤 모를 것 같은 고운 외모의 최다빈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내일'을 책임질 간판 스타다. 어린 나이에도 흔들림 없는 정신력을 바탕으로 최다빈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2월 4대륙선수권에서 총점 182.41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최다빈의 개인 최고점. 이어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다빈은 한국 피겨 사상 동계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2개월 뒤인 4월 최다빈은 핀란드 헬싱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서 10위를 차지하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 2장을 한국에 선사했다. 그야말로 '최다빈의 시대'가 막을 올리는 듯 했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도 잠시, 최다빈에게 먹구름이 드리웠다. 어머니와 사별했다. 암과 싸워오던 모친 고 김정숙 씨는 지난해 6월 별세했다. 그리고 불과 1개월 뒤인 7월 최다빈은 평창올림픽 1차 선발전을 치렀다. 사별의 아픔을 채 씻어내지 못했던 최다빈은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여기에 고질적인 발목 통증과 발에 맞지 않는 부츠로 '삼중고'를 겪었다. '강한 정신력의 최다빈이지만 이번엔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들려왔을 정도.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여자 싱글 시상식에서 김연아가 2위를 한 최다빈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그러나 최다빈은 말끔히 프로그램을 소화, 총점 181.79점으로 1차 선발전 우승을 차지했다. 1차 선발전 첫 날 쇼트프로그램 소화 후 눈물을 보였던 그는 프리스케이팅까지 마치고 우승을 확정한 뒤 "힘들었던 것들이 생각나지만 흔들리지 않고 2, 3차 선발전을 준비할 것"이라며 '내일의 성공'을 외쳤다.

가녀린 10대 소녀 최다빈은 그의 말대로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2, 3차 선발전까지 착실히 점수를 쌓아 올림픽 출전 가능 선수 중 선발전 1위를 차지, 평창행 티켓을 당당히 손에 거머쥐었다.

올림픽을 1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 최다빈은 '올림픽 최종 모의고사'에 나섰다. 무대는 대만에서 펼쳐진 ISU 4대륙선수권. 세상을 떠난 어머니 대신 이모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지난해와 달라진 건 없었다. 통증은 그의 발목을 떠나지 않았고, 부츠는 여전히 맞지 않았다. 고육지책은 '짝짝이 부츠.' 최다빈의 왼발엔 2년 전, 그리고 오른발엔 지난해 사용했던 부츠가 신겨져 있다. 그렇게 최다빈은 최종 모의고사를 치렀다.


평창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겸 '2018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대회가 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최다빈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1.07/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쳤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막을 내린 4대륙선수권에서 최다빈은 여자 싱글 총점 190.23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올 시즌 최고점. 비록 개인 통산 최고점(191.11점)엔 미치지 못했지만 꾸준한 그의 상승세를 입증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자력으로 당당히 먹구름을 걷어낸 최다빈. 최종 모의고사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낸 그에게 남은 건 '평창 반전극' 뿐이다. 최다빈은 "(4대륙선수권에서)4위라는 좋은 결과를 내서 만족한다"며 "올림픽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해 이번 경기처럼 후회 없이 다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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