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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김상항)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사고뭉치' 단체로 낙인 찍혔다. '폭행 사건(심석희)'과 '선수 자격 미달 사건(노선영)'에 이어 '나이 규정' 논란까지 터졌다. 빙상연맹을 향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성난 목소리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무능한 빙상연맹에 개혁과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 나이 규정은 국가대표 선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선발 시에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연령 제한이 없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성적순으로 뽑는다.
훈련단 연령 제한 규정을 만든 빙상연맹의 의도는 분명하다. 빙상연맹은 "만 27세 선수들은 4년 후에는 30대가 된다. 평창올림픽 이후 평창 후보팀이 해체되고 정부 훈련지원도 준다. 유망주 위주로 훈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나이 규정은 보기에 따라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형평성에는 맞지 않다. 선수들의 처지가 각자 다른 상황에서 나이 만을 기준으로 훈련단 합류를 제한하면 스스로 형평성을 깨트리는 셈이다.
노선영은 평창올림픽 여자 팀 추월(3명이 트랙 2400m를 함께 달리는 것) 출전을 준비해왔지만 최근 자격 미달로 드러났고 대표팀에서 퇴촌됐다. 빙상연맹은 팀 추월에 나갈 수 있는 ISU(국제빙상연맹) 선수 출전 자격 기준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팀 추월에도 개인별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춘 선수만 나갈 수 있다는 규정을 지난 10일 ISU의 이메일을 받고서야 최종 확인했다. 그때까지 키워왔던 노선영의 평창올림픽 출전 꿈은 22일 불가 통보와 함께 산산조각냈다. 빙상연맹은 "ISU 규정을 따라야 한다. 아쉽지만 노선영은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원칙만 고수했다. 빙상연맹 고위 관계자는 "지금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는 어렵다. ISU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은 한국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두번째 올림픽이다. 이런 큰 행사를 앞두고 빙상연맹의 내부 문제가 연달아 터졌다. 빙상연맹의 행정 난맥상이 문제가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내부에서 개혁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외부에서 더 큰 힘이 작용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