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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G-30]'체조요정'의 못 이룬 꿈, 평창서 만개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1-10 15:52


10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30일 남겨두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 행사가 진행됐다.대한민국 프리스타일 에어리얼 국가대표 김경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진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10/

프리스타일 에어리얼은 '설상의 곡예'다.

설원을 차고 올라 공중에서 묘기에 가까운 회전 연기를 펼치고 도약(20%) 폼(50%) 착지(30%) 등 동작의 와성도, 착지 등을 통해 순위를 가린다. 도마를 뛰어 올라 공중회전 연기를 펼치는 기계체조의 도마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화려한 연기 탓에 동계올림픽 때마다 인기를 끄는 종목이지만 국내는 여러 환경 탓에 '불모지'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다.

기계체조 선수 출신 김경은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에어리얼에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출전하는 선수다. 그가 프리스타일에 입문한 지는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10년 넘게 기계체조 선수의 길을 걸었다. 선배들이 밟아왔던 올림픽 출전의 꿈은 생각지도 못했던 동계올림픽으로 다가왔다. 프리스타일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여건상 체조 종목과 흡사한 에어리얼 선수들이 '스카우트' 대상이 된 것이다. 김경은은 "상상만 하던 올림픽 출전 기회가 실제로 다가오니 실감이 나지 않더라"면서도 "결정을 내리기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분신'과 다름없었던 체조를 내려놓고 생소한 스키를 탄다는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가족들의 집요한 설득 끝에 6개월 만에 스키를 신었고, 비로소 평창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프리스타일은 '개최국 어드벤티지'가 없는 종목이다. 국제대회를 통해 출전 기준 점수를 획득해야 도전 기회가 주어진다. 김경은과 함께 프리스타일 에어리얼 선수로 전향했던 두 명의 남자 선수는 벽을 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기술을 연마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경은은 80점의 기준 점수를 넘기면서 평창 무대에 설 자격을 얻었다.

평창의 꿈을 이뤘지만 여전히 도전자다. 국내에 훈련 시설이 전무하다보니 해외에서 '단기간 속성'으로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김경은은 진천선수촌에서 근력, 트램폴린 운동으로 기술연마에 목을 매고 있다. 여홍철 이주형 양학선 등 세계적 체조 선수를 길러낸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사령탑을 맡은 조성동 감독은 "체조 강국인 한국의 프리스타일 발전 가능성은 크지만 현 시점에서는 걸음마 수준"이라며 "메달을 논하기보다 선수들이 실수없이 그동안 연마해온 기량을 펼쳐보이는데 중점을 두고 싶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김경은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선다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면서 "부상없이 그동안 연마해온 기술을 제대로 펼쳐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에어리얼 종목이 체조와 유사하다보니 기술을 펼치는데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다. 오히려 스키를 처음 탔을 때 좀 더 무서웠다"고 웃으며 "처음 점프를 할 때는 두려움이 컸지만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김경은이 평창에서 선보일 연기는 점프 뒤 뒤로 한 바퀴를 돌며 착지하는 '백레이' 기술이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등 국제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은 차츰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경은은 "지구력과 (연기 및 착지 자세를 위한) 유지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다치지 않도록 컨디션을 잘 유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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