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언 퍼스트(Olympian first).'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4일 방한했다. 평창으로 향하기 전 첫 일정은 한체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었다. 바흐 위원장과 김성조 한체대 총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이 필승관 대강당 입구에 도착했다. 최병철(펜싱) 황경선 김혜리(태권도) 양태영 유원철 양학선(체조) 등 한체대 출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입구 앞에 미리 도열해 바흐 위원장을 기다렸다.
학위식 일정에 쫓겨 바흐 위원장이 이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려는 찰라, 뒤따르던 유승민 IOC선수위원이 다급하게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를 외쳤다. 성큼 앞으로 나섰다. "위원장님, 여기 한국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있습니다." 순간, 바흐 위원장 내외의 표정이 환해졌다. 가던 길을 되돌려 올림피언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유 위원이 선수들과 종목을 소개했다. 황경선, 김혜리 등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들을 소개하자 "다 태권도냐"며 웃었다. 런던올림픽 플뢰레 동메달리스트 최병철을 "위원장님과 같은 종목"이라고 소개하자 반색했다. 바흐 위원장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펜싱 플뢰레 금메달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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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체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가운데)이 '펜싱 후배' 박상영(왼쪽), 신아람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바흐 위원장은 몬트리올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다. 사진=전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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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IOC위원장, 유승민 IOC 위원(오른쪽 끝)과 양학선 박상영 최병철 신아람 양태영 황경선 김혜리 등 한체대 출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 사진제공=대한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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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흐 위원장의 학위식을 축하하기 위해 한체대 출신 펜싱 메달리스트들도 단상에 올랐다. 리우올림픽 '기적' 금메달의 주인공 박상영과 '런던올림픽 1초 오심'의 주인공 신아람이 꽃다발을 건넸다. 바흐 위원장이 봄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명예박사 학위 기념 연설에서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운동과 올림피언들의 가치'를 설파했다. "친애하는 내 IOC 동료 유승민"이라며 리우올림픽 이후 긴밀히 교류해온 유승민 IOC위원을 소개하며 예우했다. 연설 도중 "박! 내 동료(Park, My fellow!)"라며 박상영을 일으켜 세웠다. "리우올림픽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전세계인들에게 증명해 보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학위 수여식이 끝난 후 한국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기념사진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까지 같은 종목 '괴짜 검객' 최병철과 담소를 나누며 애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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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위스 로잔 IOC총회에서 토마스 바흐IOC위원장과 IOC선수위원들이 식사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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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올림피언 퍼스트' 정신은 빛났다. 황 권한대행이 바흐 위원장에게 '선수 유승민'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에서 금메달을 땄던 당시를 이야기하자 바흐 위원장은 "유승민 위원은 리우올림픽에서 아테네에 이어 또 하나의 금메달을 땄다. 국가를 대표해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화답했다. IOC 의전단은 유 위원을 가장 먼저 챙겼고, IOC 멤버로 예우했다. 올림픽 때만 반짝 열광할 뿐 단체장, 유력 정치인 뒤에 밀려 소위 '얼굴마담'으로 치부돼온 위대한 '올림피언', IOC선수위원의 위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전세계 선수들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IOC선수위원에 전체 2위로 당선된 유 위원은 현장에서 소리없이 IOC위원장과 관계자들을 지원하고 수행했다. 특히 현장의 동료 올림피언들을 살뜰히 챙겼다. 유 위원은 "그것이 선수들이 나를 뽑아준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바흐 위원장님도 각국의 올림피언들을 만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신다. IOC선수위원이 된 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선수는 올림픽 운동의 심장(Athletes at the heart of the Olympic movement)'라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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