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가 스포츠인가. 의문점이 들었다. 보통은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의 마지막 행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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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전통 문화로서의 줄다리기가 아닌 '스포츠'로서의 줄다리기는 아직 그 저변이 얕다. 때문에 국민생활체육 전국줄다리기연합회는 국민생활체육회가 주관하는 '전통스포츠 보급사업'의 지원을 받아 전국의 학교 및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스포츠 줄다리기를 알리고 있다. 2015년 제11차 강습회는 서울 광진구에 있는 재한몽골학교에서 지난 12일에 열렸다. 그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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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부터 12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학년 아이들 200여 명이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에 모였다. 전국줄다리기연합회 허광평 사무처장의 간단한 룰 설명이 이어질 때만 해도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고학년의 통역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러나 설명이 끝난 뒤 학년별 대결이 이어지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여기에 바로 줄다리기의 묘한 매력이 숨어있었다. 바닥에 놓인 줄을 따라 정렬할 때부터 술렁이던 열기는 바닥에 앉아 줄을 잡을 때쯤에는 끓는 솥처럼 달아올랐다. 흥분과 기대감에 아이들의 눈망울은 반짝였다. 이제 허 처장의 경기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아이들은 한국어과 몽골어를 섞어 파이팅을 외쳤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늘 이와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줄다리기가 사실 딱히 기대감을 주는 종목은 아니다. 그저 으레 하는 운동회의 마지막 종목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늘 줄을 잡을 때쯤에는 흥분감이 가슴 밑바닥부터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어느새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줄에 매달린 나를 발견하곤 했다. 지켜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수로울 것 없는 줄 하나를 사람들이 잡아 끄는 단순한 행위인데, 그걸 보고만 있어도 열정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순수한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매력이 인간의 원초적인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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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가을볕 아래에서 몽골학교 아이들은 모처럼 마음껏 함성을 내지르며 힘을 쏟았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는 저마다 웃음꽃이 피어났다. 경기를 치른 아이들도, 그걸 구경하며 목청껏 응원한 아이들도 모두 속이 후련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건 '승부'를 가르는 대회가 아니다. 하나의 줄을 잡아 끌며 서로 하나가 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몽골학교 여학생 실렘(14)은 "줄다리기는 오늘 처음 해보는데, 엄청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별로 흥미롭지 않았는데 같이 줄을 잡고 호흡을 맞추면서 잡아끄니까 금세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한국에서 또 다른 즐거운 경험을 했다. 앞으로 또 줄다리기를 해보고 싶다"는 소감을 유창한 한국어로 밝혔다.
허광평 사무처장은 "줄다리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스포츠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 및 대동놀이로 발전했고, 중국이나 이집트에서는 축성의 과정에서 줄다리기 형태가 탄생했다. 근대 스포츠로는 1890년대말 인도에 정박해 있던 대영제국 해군이 병사들의 건강과 기강을 다지는 의미로 하기 시작한 게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깊은 역사를 지닌 줄다리기는 스포츠로서도 남녀노소가 단체로 협동해 화합하고 힘과 기술을 겨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허 사무처장은 "생활체육 줄다리기연합회의 목적도 바로 이런 줄다리기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 국민생활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2009년에 시작된 각 지역 줄다리기 강습회도 이제 85회가 넘어섰다. 올해 안에 100회를 넘기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급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전국줄다리기연합회는 각 지역의 한국 전통줄다리기 문화 발굴 및 보존에도 주력하고 있다. 허 처장은 "강습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전통 줄다리기 문화를 많이 찾았다. 생활스포츠 보급과 함께 이런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도 보존하고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줄다리기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이자 매력넘치는 생활 스포츠다.
광진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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