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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첫 진료기록부엔 네비도가 없었다.
박태환측은 병원을 찾아 그간의 진료기록부를 요구했다. 그러나 문제의 7월29일, 진료기록부에는 주사기록이 없었다. 이전 기록들에 IV(비타민정맥주사), 소염제 주사 등이 기록된 것과 달리 이날 진료기록엔 기타 시술만이 씌어 있다. 검찰이 의사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때문이다. 박태환은 29일의 유독 아팠던 '엉덩이 주사'를 또렷이 기억했다. 11월3일 병원을 찾아, 당시 주사성분을 묻자 의사는 진료기록부에 없는 주사내역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지난 14일, 3차 공판에서 검사측이 제시한 외래진료기록부와 박태환측 진술서에 따르면, 처음에 A원장이 '성장호르몬'을 놓았다고 했다가 선수가 '엉덩이주사'를 맞았다고 하자 "엉덩이주사면 남성호르몬인데"라고 말했다. 검사측에 따르면 '비타민 정맥주사 성분표' 위에 '네비도(남성호르몬)', 'LG제약 디클라제(성장호르몬)'를 영문으로 기입해 써넣은 종이도 이날 받았다.
진료기록부에 주사기록이 없고, 자신이 맞은 주사성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 박태환은 직접 주사를 놓은 간호사에게 문자를 보내 그날 맞은 주사가 무엇이었는지, '디클라제였는지, 네비도였는지' 확인한다. 박태환측에 따르면,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누나, 그때 그 아팠던 주사가 뭐지?'라는 문자내용은 이때 나온 것이다.
3차 공판에서 피고측 변호인은 "진료기록부에 남성호르몬 2회, 비타민주사 15회, 성장호르몬 3회(4회)라고 나온다"고 했다. 박태환은 "네비도 1회 외에 엉덩이 주사를 맞은 것은 소염제 1번뿐이다. 비타민은 10회 이상 맞았다"고 답했다. 검찰과 박태환측은 11월3일 이후 수시로 바뀐 의료차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7월 29일 주사부분이 진료기록에서 빠진 것을 확인한 후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진료기록부 기재 상태가 양호하지 않았다. 카톡으로 주고받은 비공식적인 기재는 다수 발견되는데 그날 치료하고 차곡차곡 기재하는 장부관리는 되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 기록은 정확하지 않고, 처치 내역이 대부분 비급여항목인 탓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A원장의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진료기록 미기재는 숨기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다. 일일보고나 SNS상에는 당시 진료상황이 나온다. 바쁜 여름 휴가철에 간호사가 기록하지 못한 단순 실수다.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A원장이 금지약물인 '네비도' 주사제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도핑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주사하고, 주사처치 내역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업무상 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A원장과 박태환 모두 금지약물인 줄 몰랐으나,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약물의 성분, 주의사항 및 부작용을 확인해 이를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는 의료인인 A원장에게 있다고 봤다.
3차 공판까지 양측 주장을 종합해보면 A원장은 네비도, 디클라제 등 호르몬을 체내에 있는 성분으로 인지, 도핑 금지약물임을 모른 채, '호의'로 투약했고, 박태환은 "도핑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몸, 컨디션에 좋은' 약으로 알고, 주사를 허한 상황으로 요약된다.
박태환 소속사 팀GMP 측은 1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병원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상당 횟수의 주사들은 대부분 안 맞은 것이 확실하고 일부 정도도 기억상으로 확실치 않은 것들이다. 선수가 병원 측에 먼저 네비도주사 같은 것을 놓아 달라, 호르몬수치를 보충해달라고 한 적이 없고, 주사시 주사약의 성분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 (중략) …병원 측은 진료기록부가 정확치 않은 상황임에도 선수가 수차례 주사를 맞은 것이 사실인양 공개하고, 이러한 주사들을 선수가 알고 맞았다고 주장하면서, 선수 측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의 합법적인 선을 넘어선 방법에 의한, 박태환 선수 흠집 내기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상황이 안타까우며 (주)팀지엠피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대응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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