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탁구의 희망, 스무살 양하은(20·대한항공·세계랭킹 21위)이 눈물을 씻고 날아올랐다.
런던올림픽 이후 김경아, 당예서, 박미영 등 언니들이 대표팀을 떠났다. 지난 1년간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주전 에이스로 나선 양하은은 고전했다. 스무살 첫 도전을 앞두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지만, 실전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여자단체전 서효원과 함께 에이스로 나서 2경기를 책임졌지만, 잇달아 패했다.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후쿠하라 아이, 이시카와 카스미에게 2패하며 세트스코어 2대3으로 졌다. 조2위로 올라간 8강전에서 양하은은 북한 김정, 이명순에게 또다시 2패했다.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한국은 동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단체전 패배 후 양하은은 언니들에게 미안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네탓이 아니라는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시련은 복식에서도 계속됐다. 절친 박영숙과 함께한 여자복식에서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 금메달을 노렸던 이정우와의 혼합복식에선 세계 챔피언조인 북한의 김혁봉-김정조를 16강에서 만나며 조기탈락했다. 단체전과 혼합복식, 여자복식을 목표로 모든 것을 쏟아낸 양하은은 예기치 못한 부진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형석 여자대표팀 감독을 붙들고 15분 넘게 '통곡'했다. 김 감독은 "연습한 건 도망 안간다. 언젠가는 반드시 나온다"며 애제자를 위로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단식에서 양하은의 반전이 시작됐다. 싱가포르 에이스 위멍유의 부상으로 8번 시드를 받는 행운까지 따랐다. 양하은은 16강에서 8강에서 일본 톱랭커 이시카와 카스미를 4대1로 꺾었다. 단체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또래 라이벌인 카스미와는 주니어 시절부터 21세 이하 대회 이후 무려 14번째 만남이었다. 역대전적에선 '2승11패'의 열세였다. 카스미와의 8강 맞대결에서 "냉정해지자, 볼만 보자고 생각했다. 승패보다는 게임을 어떻게 할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기인 백드라이브를 살렸다. 첫세트를 9-11로 내줬지만 이후 4세트를 11-6, 11-5, 11-5, 11-9로 따내며 완벽한 승리를 완성했다. "2010년 카스미와 첫 경기때는 그냥 서있다 나왔다. 이런 서비스를 넣다니, 정말 잘한다고 감탄했다"고 했다. 그 카스미를 안방에서 꺾으며 선물같은 동메달을 따냈다. 단체전과 복식의 눈물을 닦아준 치유의 동메달이었다. 양하은은 "카스미가 있어 더 자극받고 열심히 하게 된다. 한살차이인데 카스미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다 잡아낸다. 에이스의 몫을 해낸다. 나도 좀더 독해져야 할 것같다. 좀더 냉정하고 집중력있게 하고 싶다"며 웃었다. 양하은의 노력은 단식 동메달로 보상받았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