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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슬링의 간판스타인 김현우(26·삼성생명)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자신의 우승목록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추가하며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이제 '그랜드슬래머'의 타이틀을 얻게 된 김현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레전드' 레슬러로 거듭나게 됐다. 한국 레슬링에는 겹경사였다. 김현우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새 역사를 썼고, '기대주' 류한수(26·삼성생명)가 금빛 구르기에 성공해 하루에 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동갑내기 두 레슬러의 금빛 질주에 한국 레슬링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단순히 그랜드슬램만으로 레전드의 칭호가 붙는건 아니다. 그는 침체기에 빠져 있던 한국 레슬링을 살린 '부활의 아이콘'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노골드' 참패 이후 김현우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타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첫 메이저무대였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회전에 탈락하는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퉁퉁 부은 눈, 부러진 엄지 손가락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며 8년 만에 한국 레슬링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당시 김현우는 투혼을 발휘해 정상에 오른 뒤 태극기를 매트 위에 펼치고 큰 절을 올려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듬해 체급을 75㎏으로 올린 그는 그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서며 14년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도 선사했다. 김현우의 잇따른 활약에 한국 레슬링은 2013년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부활'의 날개를 폈다. 끝이 아니었다. 김현우는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마저 제패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한국 레슬링의 중흥기를 이끌 '현역 레전드'로 우뚝 서게 됐다. 김현우는 '레전드'라는 말에 "부끄럽다"고 웃었다. 이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레전드라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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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의 기대주 류한수는 인천에서 자신의 '꼬리표'를 바꾸었다. 이제 더이상 기대주가 아닌 한국 레슬링의 에이스가 됐다. 그는 1일 열린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일본의 마스모토 류타로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그는 올해 국제무대 '3위 징크스'를 깨고 아시안게임을 정복하며 한국 레슬링 경량급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년 만에 뒤바뀐 레슬링 인생이다. 류한수는 대구 경북공고 시절 주니어대표로 아시아정상에 섰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정지현(31·울산남구청)의 그림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무명 생활을 보냈다. 류한수의 레슬링 인생은 2012년 국군체육부대에서 66㎏급으로 체급을 올리며 꽃이 피기 시작했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60㎏급 3위가 세계 무대 성적의 전부였던 류한수는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66㎏급에서 정상에 서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승의 기쁨에 장내에 흘러나오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 세리머니'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류한수가 금메달을 딴 순간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춤을 추지 못했다. 류한수는 "관중들이 많아 부끄러워 추지못했다"고 했다. 대신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감독이 '말춤'을 선보였다. 류한수는 "죽기 살기로 훈련한 것을 보상 받는 기분이다. 이제 시작이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