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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햄스트링에 물까지, '양학선 휴식이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29 06:20


한국체조대표팀 양학선이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기계체조 도마결승에서 고난이도 연기를 성공시키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9.25/

'도마의 신' 양학선(22·한체대)이 난징세계선수권 참가를 위해 27일 오전 비행기에 올랐다. 25일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체조 종목별 결선에서 진통제 투혼속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선수촌 퇴촌 직후인 26일 태릉선수촌 인근 병원에 들렀다. 찢어진 햄스트링 부위에 물이 찼다는 진단을 받았다. 선수보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양학선은 지난해 앤트워프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했지만, 현장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안양의 척추 전문병원에 일주일 가까이 입원했다. 허리의 통증이 심했다. 병명은 추간판탈출증, 척추협착증, 척추분리증, 1번요추 디스크 등등이었다. '양학선2' 기술의 경우 옆으로 손짚기와 동시에 날아오르며 몸을 1260도를 비트는 기술의 특성상, 허리부상은 필연이었다. 허리부상으로 인해 충분한 동계훈련을 하지 못한 채 새 시즌을 맞았다. 도마 종목에서는 달리기, 발구름, 도약까지 다리힘이 절대적이다. 가볍게 날아오르려면 체중 조절도 필요하다. 훈련량이 부족했던 양학선은 스스로 식사량을 극도로 제한했다. 섭생에 문제가 생기며, 역류성 식도염까지 생겼다. 추석 연휴 무렵엔 편도가 부어오르고, 열이 펄펄 끓어 하룻밤새 2번이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 부실한 영양상태, 저하된 체력, 부족한 근력으로는 엄청난 파워가 필요한 신기술을 감당할 수 없었다. 양학선은 은메달 후 인터뷰에서 "내 의지를 믿었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상엔 장사 없다. 지난 4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준 몸이 마침내 적신호를 보냈다. 양학선은 병원을 다녀온 다음날 곧바로 출국했다. 세계선수권 이후에는 제주도체전이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 소속으로 뛰는 양학선에게 체전 역시 의리상 빠질 수 없는 이벤트다.

주영삼 체조대표팀 감독은 "학선이가 사실 그 다리로 그렇게 뛴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포디움에 오르기 직전, 진통제를 투여해 고통을 경감시켰다. 주 감독은 "협회와 상의해 세계선수권 현장에서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답게 세계선수권 3연패를 향한 본인의 욕심도 크다. "매년 나가던 대회인데 부상 때문에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했다.

한국체조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은 한국 스포츠계의 보석같은 존재다. 세상에 없는 난도 6.4의 기술 '양학선'과 '양학선2'를 뛰는 유일한 선수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까지를 생각한다면,선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지원도 열악하다. 손연재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대회때마다 개인 트레이너가 동행한다. 양학선의 부상을 돌보는 이는 대표팀 트레이너 1명뿐이다. 그것도 10여 명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돌보기 때문에 차례가 돌아오는데 오래 걸린다. 부상을 달고사는 선수들은 스스로 테이핑하는 법에 도가 텄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스포츠인 만큼 웬만한 부상은 괜찮다며 툭툭 털어낸다. "아프지 않은 선수는 없다"는 말로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나서는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선수가, 처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부상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도마 종목에서 햄스트링 부상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25m를 달린 후 비약을 위해 발을 차올리는 동작에서 허벅지 근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260도를 비튼 후 착지 동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도마 동메달리스트인 박종훈 관동대 교수(SBS 해설위원) 역시 휴식을 이야기했다. "체조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동계훈련이다. 하루빨리 부상을 치료한 후 정상적인 동계훈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떨어진 근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당장 눈앞의 메달에 매달리기보다 선수보호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역설했다. "이 상태로 난징세계선수권, 제주도체전까지 출전할 경우, 햄스트링 부상이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올해 동계훈련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또다시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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