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불법스포츠도박의 검은유혹]월드컵 타고 활개,왜빠져드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6-25 16:23


브라질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속에 '월드컵 특수'를 노린 불법 스포츠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전하고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이 필수요건이다. 스포츠조선은 브라질월드컵 기간 중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불법 스포츠 도박의 검은 유혹, 대한민국이 병들고 있다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3회에 걸친 시리즈를 통해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현황 및 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근절책 및 건전한 스포츠 베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검은 유혹, 대한민국이 병들고 있다 '

1. 불법 스포츠도박의 덫, 빠져드는 이유

2. 불법 스포츠도박의 실태와 폐해

3. 불법 스포츠도박, 어떻게 뿌리뽑아야 하나

지난해 11월 개그맨 L, 가수 T 등 유명연예인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에 무더기 연루돼 큰 충격을 안겼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거액의 베팅을 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경기의 승리팀을 예측해 휴대폰 문자로 돈을 거는 이른바 '맞대기' 방식으로 한번에 수십만∼수백만원씩, 수억원의 돈을 베팅한 혐의를 받았다. 수억원의 돈을 잃은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확인됐다. L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축구 동호회에서 만난 회원들 간의 가벼운 내기 도박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했을 뿐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변론했다. 학생, 일반인은 물론 정상급 연예인들까지, 이들을 한순간에 수렁으로 끌어내리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유혹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불법 스포츠 도박의 덫에 빠져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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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 도박은 '불법'에 대한 큰 죄의식 없이 주변 동료나 지인의 권유로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 시대' 맘만 먹으면 누구나 접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단속망도 열악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인지경로는 주변사람의 소개, 인터넷 검색 및 배너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이다.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하는 동영상 사이트와 소위 '픽'으로 불리는 스포츠토토 승률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온상이자 주된 통로다. 국민체육법진흥법 개정 이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즉각적인 처벌은 쉽지 않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가하는 지인들이 실제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은 참가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악마게임'의 중독성도 불법 스포츠 도박의 특징이다. 1회 베팅금(10만원)과 1일 베팅횟수(6회)가 제한되는 스포츠토토와 달리 베팅 금액과 횟수 제한이 없다. 스포츠토토의 베팅이 국내 스포츠, 몇몇 해외리그에 한정되는 반면,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전세계 모든 스포츠리그를 대상으로 한다. 스포츠 뿐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등 e스포츠도 대상이다. 24시간 내내 베팅이 가능하다. 오전 2시 게임에 지면, 4시 게임, 6시 게임에 잇달아 베팅하는 식이다. 본전 생각에 하루종일 베팅하다보면,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탕'을 위해 베팅을 멈출 수 없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든다. 단순 승패뿐 아니라 초구 스트라이크, 볼넷, 점프볼 소유권, 첫 코너킥, 첫골 주인공, 반칙 수 등 빠른 시간내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비해 놓았다. 도박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경기를 보면서 실시간 베팅도 가능하다. '불법'을 경험한 이들은 대부분 '중독'의 길로 들어선다. 24시간 무한 베팅의 유혹에 빠진 '환자'들에게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로의 귀환은 쉽지 않다.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불법 스포츠 도박 실태분석 및 근절대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스포츠토토 대신 불법의 유혹에 빠져든 이들은 대부분 '높은 배당률' '1폴더 베팅이 가능' '제한이 없는 일일 구매회차' '24시간 구매가능' '베팅 상한액 없음' '빠른 배당금 환급' 등을 이유로 꼽았다.

브라질월드컵, 불법 스포츠 도박 경계령

브라질월드컵 기간, 불법 스포츠 도박과의 전쟁이 뜨겁다. 전국민적인 축구 열기는 이들에게 4년에 한번 돌아오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은 일찌감치 '월드컵 모드'에 돌입했다. 검경 역시 지난달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 집중 단속에 나서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에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필리핀에서 운영한 일당이 적발됐다. 2012년부터 1년 8개월동안 필리핀 마닐라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김모씨(37) 등 4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단속망을 피해 필리핀에 서버를 개설하고, 한 게임당 최대 100만원씩 횟수 제한 없이 베팅할 수 있도록 했다. 베팅금액이 16억원을 넘어서며, 불어나는 배당금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사이트를 접고 귀국한 직후 꼬리를 밟혔다 .

지난 17일 청주에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국내 운영총책인 조모씨(30) 등 4명이 붙잡혔다. 2012년부터 2년 반 동안 2만여 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이곳에서 오간 판돈만 최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광주에선 전직 경찰간부와 조직폭력배 등이 낀 대규모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적발됐고, 경북에서도 2년간 3600억원대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붙잡혔다. 2011년 김제 마늘밭 100억원 발견 사건과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직후 전국민적인 경각심 속에 움추러드는 듯했던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클린 스포츠 통합 콜센터(1899-1119)에 접수된 불법 스포츠 도박 신고건수에서도 최근의 폭발적인 증가세가 드러난다. 2011년 1만3755건, 2012년 2만3708건이던 신고건수는 2013년 4만6527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11~2013년 신고건수 가운데 재판에 의해 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375건에 불과하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유동IP로 사이트를 옮겨타고,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지능적인 '미꾸라지' 전법으로 수사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다. 모바일 시장과 SNS의 활황은 불법 스포츠 도박 조직의 사업 확장에 더없이 반가운 도구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해 단호히 '노(No)'라고 할 수 있는 도덕적 경각심, 사회적 위기의식과 공감대, 엄중한 단속과 처벌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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