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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4강이 끊어지지 않게, 바통을 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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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난적' 대만전은 조1위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였다. 주세혁은 4시간만에 다시 제1단식에 나섰다. 지친 체력을 정신력, 책임감으로 극복해냈다. '세계랭킹 18위' 첸치엔안을 3대0(11-8, 11-7, 11-8)으로 돌려세웠다. 기선을 제압했다. 제2단식에서 막내 정영식(22·KDB대우증권)이 대만의 톱랭커이자 런던올림픽 4위, 추앙치유안(세계랭킹 8위)에게 0대3(7-11, 11-13, 4-11)으로 패했다. 제3단식, '주장' 조언래(28·에쓰오일)가 등장했다. 반드시 잡아야할 '승부처'였다. 첫세트를 잡았다. 2-3세트를 내리 내줬지만, 마지막 4-5세트를 연거푸 따내며 3대2(11-5, 5-11, 8-11, 11-9, 11-6)로 승리했다.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바통'을 형님 주세혁에게 넘겼다.
제4단식,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맏형' 주세혁이 '톱랭커' 추앙치유안과 마주섰다. 파워드라이브, 강력한 랠리로 무장한 대만 에이스에 맞섰다. 역대 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섰지만 런던올림픽 이후 2연패했다. 삼세번째 대결에선 간절했다. 자신을 위해, 팀을 위해 꼭 이겨야 했다. 첫세트를 듀스 접전끝에 10-12로 내줬다. 그러나 2-3-4세트(6-11, 6-11, 7-11)를 연거푸 따냈다. 추앙치유안의 강드라이브가 주세혁의 라켓에 깎여나갔다. 모든 드라이브를 무력화시키는 '철벽'이었다. 상대의 기를 질리게 하는 '질식수비'였다. 깊숙한 롱커트도, 허를 찌르는 드라이브도 '클래스'가 달랐다. '팀플레이어' 주세혁이 또다시 팀을 구했다. 게임스코어, 3대1, 짜릿한 승리였다.
한국은 D조 '최대 난적' 대만을 꺾고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1일 오후 4시30분 북한과의 마지막 조별리그 5차전을 앞두고 조1위를 확정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은 "주세혁을 믿었고, 주세혁이 해줬다. 어린 선수들이 기술력은 있지만 심리적인 부담이 컸다. 세혁이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완벽한 롱커트로 제2의 전성기를 알렸다"고 극찬했다. "대만전에 이기면 조1위지만, 지면 조4위까지 밀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내일 남북대결을 편한 마음으로 하기 위해서도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주세혁의 활약을 반겼다. 2년만에 돌아온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주세혁은 세계 최고 수비수로서의 클래스를 과시했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을 실력으로 보여줬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