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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꽃 중의 꽃'입니다. 피겨 종목 중 가장 마지막에 열립니다. 여자 싱글 후 전체 종목 메달리스트들의 갈라쇼가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소치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구요.
김연아에게 쏠린 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닙니다. 김연가가 뜨면 적게는 100명, 많게는 200명의 취재진이 운집합니다. 경기가 한창이지만 훈련이 더 관심입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러시아 등 국적 불문입니다. 유명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요. 각국 기자들의 시선입니다. 한국 취재진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일본은 부러움 반, 질투 반인듯 합니다. 김연아가 아사다를 외면하는 인상에 불편해 하기도 합니다. 한 일본 기자에게 김연아에 대해 묻자 "회사에서 '노 코멘트'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한-일의 먼 관계가 스포츠판에도 투영되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서방 기자들은 역사에 주목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김연아는 올림픽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 소냐 헤니(노르웨이·1924년 생모리츠∼1932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3연패)와 카타리나 비트(동독·1984년 사라예보∼1988년 캘거리·2연패)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 질문에는 싫지 않은 기색입니다. 다만 "두 선수와는 경기를 한 세대가 다르다. 오랜 세월 전 이야기다. 2연패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2연패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를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피겨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김연아가 탄생한 것은 기적입니다. 김연아가 은퇴하면 또 언제 '제2의 김연아'를 맞이하게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꿈나무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김연아와의 격차는 큽니다.
김연아의 마지막 올림픽, 고국에선 즐기길 바랍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녀는 후회없는 연기를 약속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