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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스타 이용대(26) 김기정(24·이상 삼성전기)이 1년간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종전에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경우다. 국내 선수 중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선수 자격이 정지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선수가 도핑 검사를 회피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 징계를 받기는 처음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WADA는 지난해 총 3차례 이용대와 김기정의 도핑 검사를 실시하려고 했다. WADA는 불시에 검사를 한다. 검사관들은 '아담스'라는 선수 정보 관련 프로그램의 소재지를 보고 3월(28일)과 11월(8일) 두 차례 태릉선수촌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때 이용대와 김기정은 그곳에 없었다. 3월엔 소속팀에, 11월엔 그랑프리대회가 열린 전주에 있어 만나지 못했다. 또 9월엔 아담스에 소재지 정보를 입력하는 기한을 넘겼다. 배드민턴협회는 뒤늦게 서면으로 사유를 전달했다.
이렇게 되자 WADA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이용대와 김기정이 도핑 검사를 회피하려고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중수 배드민턴협회 전무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 선수들은 금지약물을 일체 복용하지 않았으며 도핑 검사를 거부하거나 고의로 회피하려고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배드민턴협회는 선수 정보 관련 프로그램의 소재지 정보 입력(일정 기간 별로 선수가 어디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입력하게 돼 있음)을 직원이 관리해왔다. 국내 스포츠단체들이 선수들에게 아담스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원래는 선수가 직접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 중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WADA도 이 부분에서 두 선수의 실수가 아닌 협회의 관리 소홀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배드민턴협회는 세계연맹으로부터 벌금 2만달러 징계를 받았다. 세계연맹은 배드민턴협회에 추가 징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수 전무는 다음달 17일까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번 징계가 부당하기 때문에 항소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징계 수위를 6개월까지 줄여서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전담팀을 꾸렸다.
하지만 협회가 절차상 실수를 한 게 명확한 상황에서 항소가 받아들여질 지는 의문이다. 한편으론 선수의 잘못이 아닌 이상 선수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이라면 징계 수위가 줄 여지도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무산
이용대가 1년간 선수로 뛰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클 것이다. 지금 떨어진 징계는 이미 23일부터 적용돼 2015년 1월 22일에 끝난다. 이 기간 동안은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소속팀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다. 소속팀 훈련 참가도 안 된다.
따라서 이용대는 항소를 통해 징계를 완화시키지 못할 경우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다. 이용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남자복식에 출전 동메달을 땄다. 김기정은 남자복식 기대주다.
적잖은 충격은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용대와 김기정은 소속팀에서 휴가를 받은 상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