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농구장에서 리듬체조를?' 체전 포디움 유감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0-21 07:21



'농구장이 리듬체조 포디움으로?'

20일 오전 인천대 송도캠퍼스 체육관에서 제94회 인천전국체전 리듬체조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의 올시즌 마지막 국내 무대로 관심을 끌었다.

손연재는 예상대로 일반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종합에서 후프 17.750점, 볼 17.950점, 곤봉 16.850점, 리본 17.200점을 받으며 총점 69.75점으로 1위에 올랐다. 2011년, 2012년 대회에서 개인종합 2연패를 달성했던 김윤희는 총점 65.200점(후프 16.000점, 볼 16.200점, 곤봉 16.700점, 리본 16.300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과 올해 키예프세계선수권에서 잇달아 '톱5'에 오르며 한국 리듬체조의 새 역사를 쓴 손연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여고부 3연패를 이뤘다. 연세대에 진학한 올해, 일반부 경기에서 '선배' 김윤희(22·세종대, 경기)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날 경기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리듬체조 팬들로 북적였다. 인천시 및 체육계 고위인사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송영길 인천시장, 최종삼 태릉선수촌장, 신정희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 등이 잇달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특히 송 시장은 끝까지 경기를 관전한 후 직접 시상에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연기 장면을 찍고, 매종목 연기가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손연재를 열렬히 응원했다. 런던올림픽, 키예프세계선수권 톱5 '손연재 효과'를 실감케 했다.

경기내용이나 선수들의 열정, 팬들의 환호는 '월드 클래스'였다. 문제는 이날 송 시장이 직접 찾은 '경기장'과 '경기운영'이었다. 경기장은 역대 최악이었다. 농구코트를 절반으로 나눠 경기용 포디움을 깔았다. 나머지 절반을 연습용 포디움으로 썼다. 고등부, 일반부 선수들이 한꺼번에 몰린 포디움은 좁디좁았다. 몸을 풀며 연습을 하는 선수들이 3명 이상 설 경우 서로 수구와 몸을 부딪힐 정도였다. 당연히 부상 위험도 뒤따랐다.





◇송영길 인천 시장이 20일 인천대 체육관에서 손연재와 리듬체조 선수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층에 위치한 협소한 관중석이었다. 손연재를 보기 위해 수백 명의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500석의 관중석은 턱없이 부족했다. 손연재의 인기도, 관심도로 미뤄볼 때 만원관중은 일찌감치 예고됐었다. 착석한 관중보다 관중석 뒤, 관중석 사이 계단에 선 채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훨씬 많았다. 심지어 농구 골대 높이에 맞춰진 관중석은 선수들이 연기하는 포디움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시장님이 옹색하게 끼어앉은, 다닥다닥 붙은 관중석은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연재언니'를 보기 위해 아빠 엄마를 따라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 팬들이 철제 펜스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민 채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은 아찔했다. 2층 관중석에선 안전요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대구체전의 경우 리듬체조 경기장에 조립식 관중석을 설치해 운영했다. 만원관중이 선수의 눈높이에서 안락하게 리듬체조를 즐겼다. 인천아시안게임의 리허설 형식으로 치러지는 체전인 만큼 아쉬움은 더욱 컸다. 1년 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박태환, 손연재, 양학선 등 스타들과 관중들이 몰릴 대회장에 대한 운영 및 관리에도 더욱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리듬체조 '톱10' 선수들이 있는 전세계 어느 나라도 농구장을 리듬체조 경기장으로 급조해 쓰지는 않는다. 인천시의 리듬체조 종목에 대한 무지와 안일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마루 하나 깐다고 리듬체조 포디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