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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슬링의 부활, 세계선수권대회가 답이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9-23 11:54



한국 레슬링에 전성기가 다시 찾아올 것인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한국 레슬링이 23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끝난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날 기다리던 금메달을 따냈다. '간판스타'인 김현우와 '신예 류한수가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한국 레슬링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1999년 세계선수권대호에서 김인섭(그레코로만형 58㎏급) 손상필(그레코로만형 69㎏급) 김우용(자유형 54㎏급)이 동반 금메달을 합작한 이후 14년 만이다. 올림픽 핵심종목 퇴출 및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 재진입 등 위기를 딛고 새 출발을 알린 세계레슬링처럼 한국 레슬링도 이번 세계선수권을 계기로 부활의 날개를 활짝 폈다.

신-구 조화

신-구 세대의 조화가 한국 레슬링의 비상을 이끌었다. '베테랑' 김현우와 최규진이 앞에서 이끌자 '신예' 류한수와 우승재가 화답했다. 런던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66㎏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던 김현우는 올림픽 이후 과감하게 모험을 감행했다. 체중 조절에 따른 체력 소모를 덜기 위해 74㎏급으로 한 체급을 올렸다. 적응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워낙 힘이 좋은데다 체중 감량의 부담에서 벗어나 김현우의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최대 난적'인 이란의 알리자데 푸리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이 종목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 레슬링 경량급의 간판인 최규진은 21일 그레코로만형 55㎏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규진은 런던올림픽 4강에서 무릎을 꿇으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1년 만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10년 이후 두 번째 은메달을 따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가대표 선배들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단 후배들도 힘을 냈다. 22일 우승재가 그레코로만형 60㎏급에서 동메달을 따낸데 이어 23일 류한수가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깜짝 금메달'을 신고했다. 레슬링의 '영웅'인 안한봉(그레코로만형) 박장순(자유형) 감독이 경험과 지략을 바탕으로 짜낸 훈련과 전술도 한국 레슬링 부활의 빼 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 됐다. 대표팀은 이례적으로 2주전부터 현지에 입성해 훈련을 진행했고 적응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맥을 캤다.

밝은 전망-어두운 미래

이번 대회에서 총 4개의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을 따냈다. 한 대회에서 네 개의 메달을 따낸 것도 2001년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에 메달을 따낸 4명의 태극전사들이 모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기대주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현우는 체급이 바뀌었지만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김현우는 세계선수권 제패로 내년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최규진 역시 이 체급에서 오랜 시간동안 '강자' 자리를 유지해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이 기대된다. '세대교체'의 선수주자인 류한수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우승재 역시 오래전부터 세계 정상 자리를 넘볼 재목으로 주목받아왔다. 새로 바뀐 규정도 한국에 유리한 편이다. 특히 김현우와 류한수는 바뀐 규정에 의해 5번의 대결 중 세 차례를 테크니컬폴승(두 선수의 점수차가 7점 이상 나면 승부가 결정)으로 마무리하는 등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브라질에서 '멀티 금메달'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활의 문을 막 연 한국 레슬링의 전망이 밝다. 반면 한국 레슬링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지난 30년간 한국 레슬링을 지원해 온 삼성이 지원 중단을 결정하면서 대한레슬링협회는 새로운 후원사를 찾아야 한다. 협회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비상과 유망주들의 대거 등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협회는 새로운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상태다. 든든한 지원이 있어야 한국 레슬링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수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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