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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 쿠드랍체바(러시아),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멜리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덩센유에(중국), 손연재(한국)….'
1992년생 덩센유에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손연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혀온 선수다. 중국 광시성 출신으로 6세때 리듬체조에 입문했다. 알리야 가라예바(아제르바이젠)의 팬인 그녀는 6년전인 2007년 일본 이온컵을 통해 시니어 데뷔전을 치렀다. 2009년 중국 랭킹 1위에 올랐고, 2011년 유니버시아드대회 후프 종목 동메달,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손연재가 11위를 기록한 2011년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 덩센유에는 13위에 올랐다. 손연재가 개인종합 5위로 약진한 런던올림픽에서 덩센유에는 예선 11위에 그쳤다. 간발의 차로 톱10까지 진출하는 결선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시즌 그녀는 달라졌다. 올해초 리스본월드컵 리본 결선에서 3위에 오르며 생애 첫 월드컵 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즈벡 타슈켄트아시아선수권에서 손연재는 개인종합, 후프, 곤봉에서 3관왕에 올랐다. 덩센유에는 개인종합 3위에 올랐지만, 손연재가 놓친 볼과 리본 금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후프, 곤봉에선 손연재에 이어 은메달 2개를 따냈다. 손연재가 개인종합 6위에 올랐던 카잔유니버시아드에서 덩센유에는 8위에 올랐지만, 전종목 결선무대를 밟으며 선전했다.
손연재 VS 덩센유에 아시아 경쟁구도 형성
손연재의 키예프세계선수권 5위는 한국리듬체조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32위(2010년)→11위(2011년)→ 5위(2013년)'의 약진, 런던올림픽 '톱5'를 재확인한 의미도 크다. 컨디션 난조 및 전날의 부진을 극복하고 끝까지 선전해 '톱5'를 지켰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것은 마지막 '한끗차'를 뛰어넘지 못한 부분이다. 러시아 에이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불가리아 톱랭커 틈바구니에서 랭킹 한계단 올리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손연재가 1일 귀국 인터뷰에서 "0.001점 차"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0.001점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앞으로 2~3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종목, 0.042점 차로 4위가 결정됐다. 덩센유에는 17.900점으로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해냈고, 손연재는 17.350점으로 4종목 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덩센유에의 세계 4위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FIG, 러시아체조협회는 손연재, 덩센유에의 동반선전을 반기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독식'을 가장 싫어한다. 전세계 스포츠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절대 강국을 경계하는 것이다. 한때 탁구, 태권도 등이 퇴출종목에 거론됐던 것 역시 이때문이다. 러시아가 독식해온 리듬체조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흐름속에 '아시아 요정'들의 활약은 반갑다. '극동의 나라'들도 사랑하는 세계인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좋은 예'다.
'덩의 약진'은 리듬체조계는 물론 손연재에게도 희소식이다. 1년 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불꽃 튀는 금메달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안스타'의 이름으로 나홀로 고군분투했던 손연재에게 '호적수'가 생겼다. 경쟁자가 없는 종목은, 재미도 의미도 없다. 덩센유에의 약진은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 있는 '독종' 손연재에게 강력한 동기부여 및 자극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