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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마 스포츠계엔 즐거운 뉴스가 넘쳐났다. 태극전사들이 남미, 유럽 세계 곳곳에서 메달 소식을 전해왔다. '1초 오심'으로 눈물을 쏟았던 펜싱스타 신아람이 19일 브라질월드컵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심 상대였던 하이데만을 연장 접전끝에 6대5로 꺾었다. '힐링매치'였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는 벨라루스 민스크월드컵에서 개인종합 4위, 종목별 결선 후프, 곤봉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리듬체조 월드컵 사상 첫 멀티 메달이다. 런던올림픽 '스포츠코리아'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준결승전, 오후 결승전을 앞두고 남북은 경기장내 훈련장에서 함께 몸을 풀었다. 바로 옆테이블에서 서로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서로를 응원했지만, 결승전을 앞두고는 신경전이 치열했다. 응원석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남북이 같은 응원석, 위쪽 아래쪽을 차지하고 앉았다. 북한은 아래쪽에서, 한국은 위쪽에서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한포인트, 한포인트… 공이 오갈 때마다 남북 응원석의 희비가 엇갈렸다. "침착하게!" "영숙아, 잘하고 있어!" "상수야, 코스 봐야지!" 이번 대회 단장을 맡은 '사라예보 신화' 정현숙 대한탁구협회 전무와 '백전노장'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은 간절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를 감행했다. 신세대의 손끝에서 20년만의 금메달이 나오길 간절히 소망했다. 목이 쉴 만큼 열정적인 응원으로 제자들의 파이팅을 독려했다. 북한 역시 현장에서 나눠준 응원용 '딱딱이'를 일사불란하게 쳐대며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프랑스 파리의 중심, 경기장을 가득 메운 유럽 탁구팬들이 남북한의 대결에 숨을 죽였다. 매세트 직후 작전타임, 막간을 이용해 경기장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졌다. 한국을 배려한 센스있는 선곡이었다. 신이 난 관중들이 '말춤' 시늉을 하며 호응했다.
사상 초유의 남북 합동 기자회견 풍경
북한 측 답변은 한결같았다. 줄곧 '김정은 동지'를 향했다. 시상대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김 정은 "경애하는 원수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조국 인민의 부탁을 잊지 않고 1등 한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라며 또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김혁봉 역시 "오늘 경기를 이길 거라 예상치 못했다. 조국을 떠날 때 기대와 응원을 많이 받았다. 성과없이 가면 어쩌나 마음이 무거웠는데 1등을 함으로써 위대한 김정은 동지에게 기쁨을 드리게 됐다"고 답했다. 카타르 기자가 남북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남북의 정치적 상황이 민감한데, 탁구가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난감한 질문에 선수들이 답변을 망설였다. 박도천 대한탁구협회 국제담당 부회장이 나섰다. "현상황에서 정치적 이슈는 선수들이 답할 문제는 아닌 것같다. 우리는 스포츠맨이다. 정치적 문제를 떠나 오직 스포츠맨으로서 탁구세계선수권에 나섰다. 스포츠맨으로서 북한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기자단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기자회견 후 사진촬영이 이어졌다. 이상수 김 정 박영숙 김혁봉, 남남북녀가 서로 짝을 바꾸어 선 채 활짝 웃었다. 남북의 젊은이들이 '코리아'의 이름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날을 기념했다. 탁구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훈훈한 풍경에 전세계 취재진이 열광했다. 뜨거운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