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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건' 김동현(32·부산팀매드)이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절친의 무대에 나란히 서서 달콤한 발라드를 선보였다.
김동현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스테이지팩토리홀에서 열린 녹색지대 출신 가수 조원민의 '연서야 사랑해' 콘서트에 깜짝 게스트로 나섰다. 어쿠스틱한 기타선율이 흐르는 봄날 콘서트장에 홀연히 등장한 이종격투기 스타의 모습에 관객들은 일제히 반색했다. 세상 누구보다 당당한 파이터지만 낯선 무대 위에선 의외로 수줍어 했다. 귀여운 남자의 매력을 선보였다.
지난 3일 아시아 최초 UFC 8승의 대기록을 세우고 귀국한 직후다.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UFC 인 재팬(in JAPAN) 웰터급(77kg 이하) 메인 매치에서 시야르 바하두르자다(28·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 격투기 선수 최초로 8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조원민이 "게스트로 김동현 선수가 와서 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참 어불성설인데 깜짝 놀라실만한 노래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하자 김동현이 "헐~"하며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형님' 조원민이 달콤한 목소리로 부활의 히트곡 '네버엔딩스토리'의 앞부분을 부르며 리드하기 시작했다. 간주가 흐른 후 김동현이 읊조리듯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너는 떠나며 마치 날 떠나가듯이 멀리 손을 흔들며…', 허스키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작은 소극장 객석으로 따뜻하게 퍼져나갔다. 탄성이 흘러나왔다. 눈을 지그시 감고 절절한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이 더없이 달콤했다. 오른쪽 눈가엔 파이터의 훈장과도 같은 시퍼런 멍자국이 선명했다. 능숙한 고음처리에 이어 박자를 살짝 놓친 후 겸연쩍게 웃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미션을 완수한 후 조원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파이터의 '네버엔딩스토리'에 여심이 무장해제됐다. 달콤한 반전매력은 테이크다운보다 강력했다. '전기충격기'의 짜릿함은 아니지만 그보다 저릿한 감동이 있었다. 그러나 승부사 김동현은 첫 무대가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한번 더하면 진짜 잘할 것같은데…. 시간 나면 꼭 한번 더 오겠다." 무대를 내려가며 승부욕을 불살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