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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하며 세 선수가 10년간 탁구계를 호령했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30·세계 랭킹 17위·삼성생명)이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정체됐다. 세대교체의 표적이었다. 대안은 없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중국에 밀릴 때마다 이들은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차세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후배들이 거세게 도전했지만 실력과 자존심은 꺾이지 않았다.
세월의 흔적은 곳곳에 나타난다. 주세혁은 올림픽 전 급작스럽게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을 얻어 애를 먹었다. 오상은도 지난해 말 경기중 '태업'으로 전 소속팀 인삼공사에서 방출되고 새 팀을 찾는 등 굴곡을 겪었다. 많이 움직여야 하는 펜홀더 전형의 유승민도 나이가 들면서 어깨, 무릎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주세혁과 오상은은 자동출전권을 따냈지만 그는 고통의 시기를 보냈다. 런던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 한장을 놓고 후배 김민석(20·KGC인삼공사) 이정우(28·국군체육부대) 등과 힘겹게 경합했다.
코치진은 세계 랭킹과 경험, 현실적인 선택을 내렸다. 유승민-주세혁-오상은이 다시 뭉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은 "이들을 선택하기까지 위장병에 걸릴 정도로 많은 고민을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결승에 오른 후 안도했다. 유 감독은 홍콩을 꺽은 후 "유승민을 발탁할지를 놓고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 믿어보자고 판단해서 뽑았는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운 활약으로 보답해줬다"며 기뻐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정상 길목에서 마지막으로 맞닥뜨리는 상대는 세계 최강 '만리장성' 중국이다. 한국은 중국과 8일 오후 11시30분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장지커(1위)를 비롯해 마룽(2위), 왕하오(4위)가 포진해 있다.
유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히 중국이 앞서지만 우리 선수들도 열 번 맞붙어 한두 번은 이길 수 있다. 그 승리가 이번이 되도록 똘똘 뭉쳐서 싸우겠다"며 "중국 탁구는 워낙 기본기가 탄탄해 조심스럽게 경기해서는 이길 수 없다. 결승전에서는 적극적으로 선제공격하는 팀이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맏형' 오상은은 "중국이 실력상 우위일지 몰라도 우리 팀도 충분히 상승세다. 우리끼리 농담삼아 '한국탁구 황금세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결승전에서 일을 내서 '다이아몬드 세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세혁도 "간절히 바라던 무대에서 첫 메달을 따내 감격스럽다. 중국이라고 주눅이 들거나 긴장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모두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유승민은 "중국도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만큼 노련미로 허점을 파고들겠다. 거세게 도전하면 중국도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30대 탁구 삼총사의 최후의 도전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