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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20·한체대)은 런던 입성 후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 태릉선수촌에 노메달로 돌아온 후 친한 동료들이 등을 돌리는 악몽을 꿨다. 경기 이틀전엔 경기 직후 순위가 나오지 않는 꿈을 꿨다. 경기 2시간 전 전화를 걸어 불안해 하는 막내아들에게 어머니 기숙향씨는 "아들, 내가 좋은 꿈을 꿨으니 걱정말라"고 안심시켰다. 금메달을 딴 후 "엄마의 꿈이 궁금하다. 얼른 물어보고 싶다. 너무 보고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기씨에게 직접 확인한 꿈은 금메달을 점지한 예지몽이었다. "학선이가 금은동메달을 다 들고 와서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더라. 자기것까지 다 나눠줄까 싶어 네것은 어디 있냐고 했더니 당당하게 '내것은 금메달이여'하더라"며 웃었다. 어머니의 '금메달' 꿈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들은 양학선이 싱긋 웃었다.
양학선의 금메달은 한국 체조사를 다시 쓴 최초의 금메달이다. 박종훈(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 유옥렬(19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 여홍철(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 등 이 종목의 걸출한 선배들도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뤘다. 1960년 로마부터 2008년 베이징까지 총 13차례 올림픽에서 은4, 동4에 그쳤던 한국 체조 50년 '노골드'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거침없는 청춘' 양학선이 올림픽 포디움을 앞두고 바꾼 메신저 대화명은 '양!학!선!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다.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을 패러디했다. 도마 앞에서 진정한 용감함을 보여줬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