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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높이뛰기는 육상 종목 중 스포츠 과학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장대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동시에 운동 에너지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빨리 달리면 최고인 트랙 종목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장대높이뛰기에는 몇 가지 과학이 숨겨져 있다.
첫 째, 조주(Run-up) 구간 '마지막 5m'가 기록을 좌지우지 한다. 장대높이뛰기의 운동 에너지 변화는 쉽게 말하면 달려가던 스피드(수평 운동 에너지)가 장대를 만나면서(탄성력) 사람의 몸을 공중으로 붕 띄우는 에너지(위치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폴대를 박스에 꽂기 직전 5m 구간에서 최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간에서의 순간 속도가 빠를 수록 장대를 이용해 높이 뛰어 오를 수 있다. 한국여자기록(4m40) 보유자 최윤희(25·SH공사)가 지난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한국기록을 경신했을 때 마지막 5m 구간 속도는 초속 7.86m였다. 세계기록(5m6) 보유자 엘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의 순간 속도는 최대 초속 8.3m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이 속도가 8m를 넘어야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최윤희가 세계 톱 10에 들기 위해선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게 첫 번째다. 남자 100m 세계기록(9초58) 보유자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장대높이뛰기를 하면 얼마를 넘을 수 있을까. 볼트의 최고 스피드는 초속 12.2m다. 이 속도라면 부브카(은퇴)가 보유중인 세계기록(6m14)을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볼트가 부브카에 버금가는 유연성과 장대 기술 등을 겸비했을 때 가능하다.
대구의 무더위가 장대높이뛰기 경기에 변수로 작용할까. 8~9월 35도를 넘나드는 대구의 찜통더위는 장대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최규정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기온에 따른 장대의 신축성과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의 연구 결과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은 날씨가 더울 경우 몸이 더 빨리 풀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신 비는 장대높이뛰기에 상극이다. 미끄럽기 때문에 조주 속도가 줄고 또 장대를 꽂는 순간 삐끗하게 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