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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빈 집', '활', '시간' 등에서 연출부와 조감독을 맡았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했고, 올해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로 546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이 됐다.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영화 15편의 전체 관객수보다 훨씬 많다. 서울대 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장 감독은 졸업 후 먼저 김 감독에게 메일을 보내 연출부에 합류했다.
장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로 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대종상 시나리오상,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두번째 장편 '의형제'로 올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장훈 감독은 한국전쟁 당시 고지 탈환을 둘러싼 치열한 전투를 그린 '고지전'을 촬영 중이다. 철저하게 작가주의를 고집했던 스승과 달리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찍는다는 점이 다르다.
장철수 감독은 '해안선'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에서 김기덕 감독과 함께 일했다. 흥행 면에서는 '김복남…'이 22만명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연애조작단'으로 청룡상 갱상을 수상한 김현석 감독도 '섬'의 조감독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이밖에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개 같은 인생'의 노홍진 감독, '아버지는 개다'의 이상우 감독, '폭풍전야'의 조창호 감독도 '김기덕의 아이들'이다. 한 명의 감독이 이처럼 많은 감독을 배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기덕의 아이들'이 이렇게 맹활약하는 이유는 뭘까. 장철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저예산으로 영화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철저한 기획력, 현장성, 헝그리 정신으로 뚝심있게 영화를 만든다. 자본이나 물량주의에 물들지 않고 작가 정신으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거나 각색할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스승과 다른 점도 많다. 김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이다. '사마리아'(2004)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지나친 폭력과 강간, 창녀 모티프로 일관한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비몽'(2008)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의 시나리오를 쓰는 등 제자들을 간접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장훈, 장철수 감독은 대중성까지 갖췄다. 평단과 관객 양측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복남…'의 경우, 낫으로 목을 자르는 등 잔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았다. 서사의 연결이 매끄럽기 때문이다. 결국 장훈, 장철수 감독은 스승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