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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비 1억원을 내지 않으면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협회는 앞서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선 기업 후원금으로 경비를 부담했다. 그러나 승마가 연루된 국정 농단 사태 이후 후원금이 끊기며 재정난을 겪었고, 승마 국가대표 출신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 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 3월 물러나면서 어려움이 닥쳤다. 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박서영 회장(김동선 본부장의 법률고문)이 당선된 후 협회에 한화넥스트 쪽에서 임원들을 대거 파견해 승마인들의 기대가 컸다"며 "그런데 김동선 본부장이 협회를 좌우한다는 기사가 나오자 파견된 한화넥스트 직원들이 전원 사임했고, 한화그룹 차원에서도 지원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화 갤러리아 측은 "김 본부장이 협회에 대한 지원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때 승마가 모든 것이었던 기업이 떠난 자리, 4년간 아시안게임을 기다려온 선수들이 울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논의중이다. 쉽지 않은 난제다. 돈 있는 국가대표만 아시안게임 출전이 가능하게 된다면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출전권과 순위를 치열하게 가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의 의미도, 아시안게임의 본질도, 스포츠의 정신도 흔들리게 된다. 지원 문제로 국가대표들의 출전이 불발될 경우, 엘리트 체육 활성화를 공언해온 정부로서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국비로 정해진 국제대회 파견비를 떼어내 지원해야 할 경우 12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결국 한정된 예산에서 다른 종목 훈련비나 예산을 쥐어짜서 승마에 몰아줘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특정종목에만 10억원 이상을 몰아주는 건 종목 형평성에 맞지 않다. 또다른 방법은 승마협회 자체 기금이다. 현재 18억원 정도가 적립돼 있는 협회 자체 기금을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도 원금 5억6000만원을 소비했고, 최근엔 이 기금을 담보로 협회 운영을 위해 2억 대출까지 받은 상황. 한때 70억~80억원에 육박, 이자 수입으로 협회를 운용해왔던 이 기금을 바닥내는 것이 향후 체육단체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합당한가, 협회 집행부의 문제를 국비나 기금에 의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으냐에 대한 비판과 이론도 존재한다. 이 기금의 대한 승인권은 문체부에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대한체육회에 문의는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문체부로 아직 공식 요청이나 문의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대한체육회와 승마협회 자비출전 문제를 파악하고 과거 사례, 자비부담 사례, 종목 형평성, 협회의 재정확보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각도로 방법을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