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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이 돈을 이겼다' 아시아배드민턴연맹 회장 탄생까지 막전막후. 29대11 완승 이끈 김중수 회장의 정성어린 '박치기 전략'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3-05-01 16:09 | 최종수정 2023-05-02 05:00


'정성이 돈을 이겼다' 아시아배드민턴연맹 회장 탄생까지 막전막후. 29대…
김중수 아시아배드민턴연맹 회장.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정성이 돈을 이겼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아배드민턴연맹(BA) 수장을 17년 만에 배출했다. BA는 지난달 29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정기총회 임원선거를 갖고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63)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신임 김 회장은 정정훈 전 회장(1995~1997년), 강영중 전 회장(2003~2006년)에 이어 세번째 한국인 수장이 됐다. 국내 경기인 출신으로는 최초다.

국제 배드민턴에서 아시아는 주류세력이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을 섭렵하는 국가(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들이 모두 아시아권이다. 그만큼 아시아연맹의 위상은 다른 대륙과 비교가 안된다. 그 중요한 자리를 한국이 접수한 것은 '쾌거'나 다름없다. 국제 배드민턴계에서는 김 회장의 당선을 두고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를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김 회장은 당초 "맨땅에 박치기 한다. 누구 머리가 더 센지 부딪혀 볼 수밖에…"라며 걱정 가득 출발했다. 큰 국제대회가 있을 때만 배드민턴을 '효자종목'이라 추켜세우지만 정작 아시아연맹 회장 선거에 대해서는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 주변의 관심이 없었다.

반면 경쟁자인 알리 자버 알마리 연맹 부회장(쿠웨이트)은 쿠웨이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오일머니'를 앞세우고 있었다. 게다가 알마리 부회장은 쿠웨이트에 본부를 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중동·아랍권 국가의 든든한 배경이 있다.


'정성이 돈을 이겼다' 아시아배드민턴연맹 회장 탄생까지 막전막후. 29대…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도 맡고 있는 김중수 아시아연맹 신임 회장이 지난 4월 열린 열정코리아 배드민턴리그에서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상무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포천=최만식 기자
선수 출신이라 '돈'도 없었던 김 회장은 인정과 인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대표팀 감독(2001~2010년), 아시아연맹 부회장(2015~2023년 4월), 세계배드민턴연맹 이사(2021년~) 등 20여년간 국제 교류를 하며 쌓아온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했다.

'선거캠프'는 성한국 전 대표팀 감독을 중심으로 김 회장과 친분을 쌓아 온 서포터스 회장, 협회 전 직원 등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됐다. 조직은 단출한 대신 정성스럽게 공약집, 홍보 영상을 만들고 이메일 작업 등을 통해 '맨투맨' 호소운동에 나섰다. 여기에 김 회장의 제자였던 해외 진출 지도자들이 측면 지원을 했다. '돈' 대신 '정성'으로 표밭을 다지겠다는 전략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을까. 막상 개표를 하니 총회장이 술렁거렸다. 총 43개 회원국 중 40개국이 투표에 참가했는데 김 회장은 29표, 알마리 부회장은 11표를 받았다. 연맹 회원국 중 중동·아랍권이 20여개국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측에서 '이탈표'가 대거 나온 것이다. 알마리 부회장은 총회 개막을 몇 시간 앞두고 김 회장을 직접 찾아와 '회장 출마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성한국 전 감독은 "상대 후보가 자신만만하게 사퇴를 권하길래 '모종의 작업으로 판은 이미 넘어간 것일까'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그동안 쏟은 정성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아시아연맹 수장 탄생은 한국 배드민턴으로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쾌거'였다. 특히 김 회장은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부회장을 맡다가 아시아연맹 회장으로 '급상승'했다. 과거 회장들이 자국 협회 회장을 발판으로 당선된 점을 보면 극히 이례적이다. 앞으로 4년간 아시아연맹을 이끌게 된 김 회장은 "박치기를 너무 했더니 머리가 얼얼하다"면서 "우리를 지지하든 상대 후보를 지지하든, 모두가 하나 되는 아시아배드민턴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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