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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우리도 세계무대 통한다는 자신감" 쇼다운 국대선발전 치열하고 훈훈했던 현장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3-06 16:50 | 최종수정 2023-03-07 07:00


"우리도 세계무대 통한다는 자신감" 쇼다운 국대선발전 치열하고 훈훈했던 …

"민선언니, 축하해요! ", "민경아, 너무 수고했어!"

5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2023년 전국쇼다운선수권(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 결승전. 치고 받는 전쟁같은 랠리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안민선(44)이 이민경(32)을 꼬옥 끌어안았다. 곧이어 결승과 동시에 진행된 4강전을 마친 조현아(31)가 웃으며 다가왔다. 반가운 인기척에 이민경이 고개를 돌렸다. "(조)현아야, 어떻게 됐어?" "언니, 나 3등!" 이민경이 "와!"하며 조현아를 와락 껴안았다. '시각장애인 스포츠 메카'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우리동작센터')에서 퇴근 후, 주말마다 함께 땀 흘려온 '한솥밥' 삼총사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이 주최한 이날 대회는 8월18~27일 영국 버밍엄에서 개최되는 2023년 국제시각장애인협회(IBSA) 월드게임에 파견할 남녀 국가대표 각 3명을 뽑는 선발전을 겸했다. 지난해 11월 우리동작센터 출신 국가대표 이종경이 스위스 취리히오픈에서 한국 쇼다운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내며 시각장애인 스포츠계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날 선발전엔 남자 24명, 여자 9명의 고수들이 나섰다.


"우리도 세계무대 통한다는 자신감" 쇼다운 국대선발전 치열하고 훈훈했던 …

"우리도 세계무대 통한다는 자신감" 쇼다운 국대선발전 치열하고 훈훈했던 …
장애-비장애인, 누구나 즐기는 쇼다운의 '공평한' 매력

시각장애인 스포츠 '쇼다운'은 얼핏 오락실 '에어하키'를 연상시킨다. 1977년 시각장애 캐나다인 조 루이스가 개발한 종목으로, 직사각형 테이블 양쪽에서 두 선수가 고글을 쓰고 나무배트를 든 채 구슬이 든 공을 치고 받으며 상대 '골 포켓'에 공을 집어넣는 게임이다. 3전2선승제, 11점제. 공이 포켓에 들어가면 2점, 파울시엔 상대가 1점을 가져간다.

이날 남녀 국가대표 총 6명 중 5명이 '쇼다운 맛집' 우리동작센터에서 나왔다. 남자부에선 한현종(33)이 결승에서 '한솥밥 형님' 이종경(39)을 세트스코어 2대1(11-9, 7-12, 12-6)로 꺾고 1위에 오르며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부산 에이스' 오영준(30)은 4강에서 안윤환에 2대1(2-12, 12-6, 12-7) 역전승하며 국대 승선에 성공했다.

이날 여자부 1위 안민선의 반전 승부는 인상적이었다. 결승에서 1세트를 7-11로 내준 후 2세트를 11-2, 3세트를 11-4로 따내며 역전 우승했다. 헬스키퍼(국가공인 안마사)로 일하는 안민선은 "2018년 우리동작센터에서 쇼다운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국가대표는 상상도 못했다"며 웃었다. "재밌어서 치다보니 입상도 했고, 국가대표도 됐고, 목표도 생겼다. 더 잘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클라이밍도 한다"고 했다. 쇼다운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모두 똑같이 눈을 가린 동등한 상황에서 소리를 듣고 공격하고 수비하는 아주 공평한 종목"이라고 답했다. "소리만 듣는 종목이다 보니 집중력을 키울 수 있고, 신나게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했다. 장애-비장애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고글만 착용하면 모두 똑같다. 비장애인들도 쇼다운을 통해 장애인들의 입장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도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안전한 종목이라 정말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베테랑 안민선의 국제대회 최고성적은 핀란드 대회 5위. 안민선은 8월 영국 월드게임을 앞두고 "이종경 선수의 우승 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상위권 목표를 갖고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쇼다운 입문 4년차에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민경은 "결승에서 비록 졌지만 존경하는 스승같은 민선언니와 결승전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함께 국가대표로 영국에 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승자와 패자가 서로를 다독이고 인정하는 쇼다운의 동료애 또한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세계무대 통한다는 자신감" 쇼다운 국대선발전 치열하고 훈훈했던 …
"쇼다운은 제2의 인생" "우리도 할 수 있다"

남자부 1위 한현종은 2017년 중도실명 후 2018년 안마를 배우기 위해 간 한빛맹학교에서 쇼다운을 처음 접했다. 쇼다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제2의 인생"이라고 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재활하고 사회로 돌아오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쇼다운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도 사귀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상대 공을 막으면서 다음 공격 서너 수를 미리 생각한다는 '두뇌플레이어' 한현종은 "멘탈도 좋아지고 집중력, 공간지각력도 좋아진다"는 쇼다운 예찬론을 이어갔다. '월클' 이종경을 꺾고 1위로 선발된 한현종은 "친한 형(이종경)이 사고를 치고 와서 벌써 어깨가 무겁다"며 웃었다. "실업팀도 없고 지원도 미흡한데 '우리동작'에서 동호인들끼리 진심으로 새벽까지 즐겼던 쇼다운이 세계대회에서 통한단 걸 증명해 기뻤다"는 그는 "3월 말 체코 프라하컵에 자비로 나간다. 열심히 경험을 쌓아서 영국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종경 역시 자부심 넘치는 각오를 전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국위선양'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한국 시각장애인을 대표해 빛나는 결과를 얻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부담도 되지만 저 말고도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많다. 동료들을 믿고 함께 발전하면서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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