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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처음부터 말이 많았던 카타르월드컵이었습니다. 사상 첫 중동월드컵, 겨울월드컵, 콤팩트월드컵, 포스트 코로나월드컵, 모든 것이 불투명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4년간 열심히 준비했던 벤투호는 12년 만의 16강의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뜨거웠던 땀의 현장을 함께 호흡하며 카타르의 열기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던 3명의 기자가 뜨거웠던 26일을 되돌아 봅니다.
도하(카타르)=김성원 송정헌 박찬준 기자
(박찬준·이하 박)맞아요. 조별리그가 하루에 4경기 펼쳐진 것도 이번 대회가 처음이에요. 유럽시각에 맞춰서 현지시각으로 밤 10시 경기가 많아서 우리 입장에서는 좀 힘들었죠. 새벽 2~3시에 들어가서 다시 한국 시차에 맞춰 또 기사를 써야하니까.
(송)제가 총 10경기를 봤는데, 선배 기자가 그러더라고요. 월드컵 오면 3경기 이상 보기 힘들다고 월드컵 3회 연속 취재 간 거랑 거의 똑같은 수준이라고.
(박)카타르 대회가 가장 강조하던 게, 콤팩트월드컵이었어요. 경기장 간 이동거리가 짧다는 게 이번 대회 최고의 장점이었는데, 실제 그랬거든요. 저같은 경우에는 한국-가나전 취재하고, 바로 포르투갈-우루과이전으로 이동했어요. 그 중심에 메트로, 지하철이 있었어요.
(송)굉장히 잘되어 있었어요. 한국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배차 간격도 짧고, 경전철이라 작을 줄 알았는데, 쾌적했어요. 역사도 컸고.
(박)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유행어가 바로 '메트로 디스 웨이'였어요. 조직위에서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을 지하철로 이동하게 유도했는데, 그러면서 '역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메트로 디스 웨이'를 외쳤어요. 그게 경기장 갈 때마다 엄청 들리니까 이게 유행어가 된거죠. 팬들이 먼저 '메트로 디스 웨이'를 외쳤어요. 경기중 플래카드를 드는 팬도 있고, 캐나다 팬들은 이걸로 응원을 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메트로 디스 웨이'로 노래를 하는 자원봉사자도 있고, 다양한 버전이 나와서 팬들을 즐겁게 했죠.
(박)'메트로 디스 웨이' 하니까 생각나는게, 이 말 이상으로 많이 들었던게 BTS 정국의 '드리머스'였어요. 정말 어디를 가도 이 노래가 나왔어요.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송)정국뿐만 아니라 한류를 느낀 순간이 많아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손흥민, BTS 이야기 하고, 우리가 16강에 올라간 뒤에는 태극기를 두른 아이들도 제법 봤어요. 케밥집 가면 김민재 이야기하고….
(박)이번 대회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무알콜이잖아요. 이슬람 율법이 엄격한 카타르는 일부 지역에서 관광객을 상대로만 술을 허용했는데, 대표적인 곳이 팬페스티벌이었어요. 유일한 해방구라 해야하나. 오후 7시부터 맥주를 팔았는데, 줄이 100m가 더 될 정도였어요. 줄을 서면서 '우리는 맥주를 원한다'고 외치고, 문이 열리면 환호를 지르면서 뛰어들어가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참고로 맥주 한잔이 50리얄, 우리 돈으로 1만7500원 정도 했어요. 엄청 비쌌죠.
(송)덕분에 죽어라 일만 했습니다.(웃음)
(김)이번 대회는 코로나에서 자유로운 첫 국제대회였어요. 저희도 도착하고 2~3일은 마스크를 썼는데, 결국 기류에 편승했습니다. 그래도 일본은 고수하는 모습이었는데, 제가 일본-독일전을 취재했는데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는 순간, 마스크를 나눠주더라고요. 한 외신기자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일본축구협회의 요청 사항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경기 전 기자회견장은 '마스크 프리'였습니다. 오락가락했죠.
(박)개인적으로는 경기장이 멋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결승전이 펼쳐질 루사일 스타디움이 제일 근사했고, 개막전이 열린 알바이트 스타디움은 사막 한가운데 있어서 놀랐죠. '돈이 많긴 많구나' 느꼈죠.
(송)외국인 노동자들의 피, 땀으로 만들어진 경기장이라는 점에서 숙연해지더라고요. 여기서는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사람을 묶어 '인스방파'라고 하더라고요.
(박)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어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잘 돼 있어서, 이동할 때 편하기는 했는데, 운전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아예 안전거리를 안두는 수준이니까. 저는 교통사고까지 당했잖아요.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 다니는 내내 큰 사고가 날까 걱정이 됐어요.
(김)우리가 결국 16강에 올랐어요. 보시면서 어땠나요.
(송)우리가 믿음이 부족했죠. 포르투갈전까지 부식이랑 돈을 다 털고, 돌아갈 준비를 했으니까요.(웃음)
(김)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벤투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엄청 높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으X으X 하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이 팀이 진짜 원팀이라고 느낀 장면이 있었는데, 오현규가 예비엔트리로 왔잖아요. 선수들이 경기 전 몸풀기에 앞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도열했는데, 그때마다 오현규가 함께 했어요. 물론 몸을 풀기 시작하면 그라운드 밖으로 나와야 했는데, 오현규까지 똘똘 뭉쳐진 27명의 팀이었어요. 16강 확정될 때도 함께 했고. 27명이 인사하고, 27명이 끝냈습니다. 경기에 뛰지 못한 최고참 김태환과 송민규 윤종규도 묵묵히 제 몫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16강의 숨은 주역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조연은 없었고, 모두가 주연이었습니다.
(송)골키퍼도 다 친했어요. 김승규 혼자 뛰었지만 조현우와 송범근이 같이 좋아하고 환호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어요.
(박)저는 선수들의 책임감, 애국심 이런 게 인상적이었어요. MZ세대라 개인적일거라 생각했는데, 책임감도, 국가관도 투철했어요.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황희찬 등이 보여준 부상 투혼은 여기서 발현된 거고요.
(김)브라질은 조별리그는 스킵하고 16강부터 취재 오는 매체가 제법 많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쥐어짜서 어렵게 16강에 올라왔잖아요. 많이 기대를 했지만, 이미 선수들이 방전이 된 상태였어요. 사실 축구가 체력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브라질이 그렇게 쉽게 축구한 것 같지만 전반에만 우리보다 2km를 더 뛰었더라고요. 우리도 16강부터 월드컵이라고 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송)욱일기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일본 경기를 가면 가장 먼저 줌을 당겨 욱일기부터 감시했어요. 그런데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보이더라고요. 사실 경기장 앞에서 이미 욱일기를 든 관중을 봤어요. 소수의 극우팬들이겠지만, 계획적으로 하더라고요. 경기장 진행요원이 철거를 요청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그들의 의도를 볼 수 있었어요.
(김)러시아 대회때는 버젓이 들고 있었는데, 제지했다는 자체가 고무적이었어요. 우리의 꾸준한 주장이 통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송)다행히 그 다음 스페인전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일본 사진 기자 팔에 패치가 돼 있더라고요. 겉으로는 청소하고, 아닌 척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김)그럼에도 일본 축구는 인상적이었어요. 탈아시아였어요. 로테이션을 했다는 자체가, 뎁스가 두껍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어요. 일본 시스템이 잘 돼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정몽규 회장도 우리가 따라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박)취재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 게 각 방송사마다 유튜버들을 많이 활용했어요. 믹스트존에서도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보고 외국기자들이 오히려 저희에게 묻더라고요. 믹스트존은 기자의 영역 아니냐고 불편해 하더라고요.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지만 정리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김)마지막으로 우승팀 예상해 볼까요. 저는 브라질. 6월 한국에서 한 A매치 보고 줄곧 브라질이었어요.
(송)저는 프랑스, 펠레 넘어선 음바페를 믿습니다.
(박)저는 아르헨티나. 메시 우승하는 거 보고 싶은 팬심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