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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위 송세라가 해냈다!" 女에페 20년만의 세계선수권 金역사![카이로세계펜싱]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7-19 04:28


출처=FIE

'여자에페 에이스' 송세라(29·부산광역시청·세계 3위)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송세라는 19일(한국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펼쳐진 세계펜싱선수권 여자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 에이스 알렉산드라 은돌로를 연장 혈투끝에 꺾고 짜릿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송세라는 이날 16강에서 에스터 무하리를 15대9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세계 1위 톱랭커' 최인정(계룡시청)이 은돌로에게 9대15로 패하며 나홀로 8강까지 살아남은 상황. '원팀' 여자에페 대표팀의 송세라가 힘을 냈다. 8강에서 '중국 에이스' 주밍예를 14대13으로 꺾고 4강에 오르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4강에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홍콩 톱랭커' 비비안 콩을 14대9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장태석 에페대표팀 코치와 송세라.  사진출처=FIE
결승전은 혈투였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진 3라운드 1분41초를 남기고 송세라가 7-9, 2점 차로 밀렸다. 그러나 송세라는 침착했다. 상대의 허를 잇달아 2번 찔러내며 1분18초를 남기고 9-9 동점을 만들었다. 40초를 남기고는 10-9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은돌로가 종료 24초를 남기고 공격에 성공하며, 10-10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피 말리는 1분 연장전, '강심장' 송세라가 한발 빨랐다.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으로 마지막 한끗, 챔피언 포인트를 찔러냈다. 11대10 승리. 짜릿한 우승 순간, 장태석 여자에페 대표팀 코치가 애제자를 번쩍 들어올리며 말로 다 못할 뜨거운 감격을 전했다. 2002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서 '여자 에페 레전드'이자 '박상영 스승'인 현 희(진주제일중 코치)가 한국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건 지 무려 20년만에 송세라가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 역사를 썼다.


사진출처=FIE

출처=FIE
지난 2월 바르셀로나월드컵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며 올시즌 눈부신 성장, 최고의 기량을 입증해온 '왼손 펜서' 송세라가 기어이 세계 정상의 꿈을 이뤘다. 송세라는 스무 살 때인 2013년 포레치주니어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시니어 데뷔 이후 2016년 중국 쑤저우 월드컵 동메달, 2020년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그랑프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인정, 강영미 등 월드클래스 선배들과 동고동락하며 매시즌 성장을 거듭해온 '왼손 펜서' 송세라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서도 언니들과 함께 9년만의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다. 특유의 빠른 발과 유연성, 전광석화같은 공격력, 뛰어난 집중력과 함께 포기를 모르는 근성을 지닌 송세라가 시니어 9년차에 마침내 여자에페 세계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대 위 키 1m80에 육박하는 메달리스트 틈새에서 1m64의 성실한 발펜서, '작은 거인' 송세라의 존재감은 반짝반짝 빛났다.

한국 여자에페 역사에서 이집트 카이로는 잊지 못할 '약속의 땅'이 됐다. 지난 4월 말 카이로에서 열린 에페그랑프리에선 최인정이 금메달, 송세라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었다. 3개월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최고 권위의 세계선수권에서 이번엔 송세라가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한국 여자에페의 힘을 전세계에 알렸다.

송세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승을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큰 행운이 저에게 온 것같아 너무 행복하다. 세계선수권에서 20년만에 여자에페의 역사를 다시 쓰게 돼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1라운드를 수비적으로 운영했는데 그 작전이 통하지 않아서 공격적으로 작전을 바꿨는데 독일 선수의 움직임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거기서 자신감이 더 생겨서 내 기술을 좀더 자신있게 했던 것이 통했다"며 우승 비결을 전했다.

한편 이날 함께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막내온탑' 오상욱이 8강에서 루마니아 를 상대로 눈부신 선전을 펼쳤으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14대15, 한끗차로 메달을 놓쳤다. 송세라가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내며 '펜싱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어펜져스'의 아쉬움을 떨쳤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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