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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생 최연소 강심장 스키어'최사라의 베이징패럴림픽 첫 도전이 시작된다[패럴림픽G-10]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2-21 17:27 | 최종수정 2022-02-22 08:56



2018년 평창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쌍둥이동생과 함께 대회기를 들고 씩씩하게 입장했던 15세의 겨울소녀가 훌쩍 자랐다. 나이 제한 때문에 패럴림픽 정식 무대를 밟진 못했지만 알파인스키 경기전 전주자로 시범경기 슬로프를 달리며 4년 후 베이징패럴림픽을 기약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대하던 그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15일 전국장애인동계체전이 한창이던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 스키장에서 '베이징패럴림픽 최연소 국대' 최사라(19·서울시장애인체육회)를 만났다. 전날 알파인스키 회전종목 주행 중 넘어지며 실격 처리됐지만 대회전에서 그녀는 다시 우뚝 일어섰다. 54초 64(1회전 30초 61, 2회전 28초 1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늘 좀 잘 탄 것 같아요"라며 생긋 웃었다. 비장애인 청소년 대표 출신 '가이드러너' 김유성(26) 역시 "오늘 정말 잘 탔다. 사라의 속도가 엄청 빨랐다. 나를 따라잡을 뻔했다. 거리가 가까워져 깜짝 놀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은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가이드러너'가 함께 하는 종목이다. 가이드러너는 말 그대로 '선수의 길을 안내하는 동료'. 2명의 선수가 함께 슬로프를 내려오며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쉼없이 음성신호를 주고받는다. 앞선 가이드러너가 지형 변화, 위기 상황을 캐치해 선수에게 수시로 전달한다. 둘 사이가 일정 간격 이상 벌어지면 실격처리 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과 리듬을 읽어내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종목이다.

비장애인들도 미끄럽고 두려운 눈밭의 슬로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이드러너의 음성신호 하나에 의존해 게이트를 거침없이 통과하는 최사라의 질주는 경이롭다. "저도 어떨 땐 좀 무서워요"라고 속내를 털어놨지만 "엄청 강심장"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부정하진 않았다. 수없이 험난한 코스에서 수도 없이 넘어졌을 그녀는 "나만의 스키에 집중하다 보면 두려움도 사라지더라"고 했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최사라는 장애인체육계가 주목해온 될 성부른 에이스다. 초등학교 때까지 동생 (최)길라와 쌍둥이 수영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12월 대한장애인스키협회가 주최한 장애인스키학교에서 알파인스키를 처음 접한 이후 폭풍성장을 거듭해왔다. 2015년 꿈나무대표에 발탁됐고, 2016년 전국장애인동계체전 2관왕과 신인선수상을 받았고, 2018~2019시즌 15세의 나이에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9년 유럽 전지훈련을 겸해 출전한 프랑스 바흐 세계장애인알파인스키대회에선 회전 및 대회전 종목 2관왕에 올랐고, 베이징패럴림픽 직전 열린 지난달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세계선수권에선 동메달 2개를 목에 걸며 자신감을 바짝 끌어올렸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도 훈련개시식에서 최사라의 동메달을 언급하며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사라는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 있어서 기뻤다. 스스로 발전했다는 게 느껴진 대회였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첫 패럴림픽을 앞두고 "기대도 되고, 처음인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면서 "일단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가이드러너가 이내 "충분히 순위권에 들 수 있다"고 하자, 최사라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더 줄여야 한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유럽 선수들이 강세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패럴림픽에도 알파인스키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미정의 1998년 나가노 대회 4위, 양재림의 2014년 소치 대회 4위가 대한민국 여자 알파인스키(시각장애) 사상 최고 성적이다. '최연소 국대' 최사라는 8일, 11일 엔칭국립알파인스키센터에서 펼쳐지는 대회전, 13일 회전 종목에 출전해 자신의 베스트,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하루 10만 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던 21일 '가이드러너' 확진 소식이 날아들었다. 베이징 입국 때까지 음성판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가이드러너 교체도 불가피하다. 인생게임 앞에서 고비를 맞았지만 넘어질 때마다 일어섰던 최사라다. 도전해도 넘어져도 다 괜찮은 나이, 열아홉 살 '강심장 스키어' 최사라가 패럴림픽 무대를 앞두고 마음에 새기는 다짐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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