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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만만 17세'황선우 "자유형100m 47초 벽 깨는 최초의 동양인 선수 되고싶다"[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1-25 05:30


자유형 100m 한국 기록을 세운 황선우가 24일 서울체고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24/

"자유형 1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47초대 벽을 깨보고 싶어요."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체고 실내수영장에서 만난 '17세 수영소년' 황선우(서울체고)가 선선한 눈매로 거침없는 도전을 이야기했다. 불과 며칠 전 김천에서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자유형 100m에서 48초25, 박태환을 뛰어넘는 한국신기록을 쓰고, 자유형 200m에서 1분45초92의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쓴 '괴물'같은 선수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에도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 담담했다. 1m86의 키에 조막만한 얼굴, 양팔 벌린 길이 1m93… 다빈치의 황금비율, 비트루비안맨을 떠올리게 하는 소년의 몸은 날렵했다. 단단한 식스팩과 단련된 잔근육에서 그간의 훈련양이 짐작됐다.

2003년생 수원 출신인 황선우는 여섯 살 때 수영을 즐기는 부모님을 따라 처음 물살을 갈랐다. 서울체중-서울체고를 거치며 매년 자신의 기록을 1초 이상 줄여왔다. 김천 국가대표선발전의 기록은 폭풍 성장의 기록이다. 자유형 100m에선 박태환이 2014년 2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에서 작성한 한국기록(48초42)을 6년 9개월만에 0.17초 줄였다. 이 기록은 아시아선수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시아최고기록은 중국 닝쩌타오의 47초65, 세계최고기록은 2009년 세자르 시엘루 필류(브라질)의 46초91이다.


자유형 100m 한국 기록을 세운 황선우가 24일 서울체고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24/
자유형 200m 역시 눈부신 성장세다. 1분45초92의 기록으로 10년째 누구도 깨지 못한 박태환의 한국최고기록(1분44초80,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1.12초 차로 다가섰다. 기록보다 무서운 건 끝 모르는 상승세다. 서울체고 1학년 때인 2019년 5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분48초82를 찍었고, 같은해 10월 전국체전 남자고등부 200m에서 1분47초69로 1초 이상을 당겼다. 레전드 박태환이 "저 말고 저 잘하는 고등학생 선수를 인터뷰 하시라"고 했던 날이다. '매의 눈' 박태환이 지목한 그 고등학생이 바로 황선우였다. 황선우는 1년 만인 김천대회에서 1분46초31을 찍고,한달만에 다시 자신의 최고기록을 0.39초 줄였다. 지난해 5월 국가대표선발전 1분48초82에 비해 1년반새 무려 2.90초를 줄였다.

내년 도쿄올림픽에 도전하는 '초보 국대' 황선우에게 '도장깨기'식 기록 단축은 스스로에게 그 자체로 동기부여다. "코로나 때문에 대회가 연기되고, 취소되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전국대회를 뛰고 기록이 단축되면서 그 과정들이 너무 기분 좋다"며 미소 지었다.

가야할 길도 명확하다. 자유형 200m에서 목표 기록을 묻자 "도쿄올림픽 메달권에 들려면 44초대 후반, 45초대 초반이 나와야 한다.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또렷하게 답했다. 자유형 100m 목표에 대해선 더 패기만만한 답을 내놨다.

"자유형 1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47초대 벽을 깨보고 싶다."


자유형 100m 한국 기록을 세운 황선우가 24일 서울체고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24/
자유형 100m는 전세계 수영 에이스들의 격전지다.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100m 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2015년 카잔 대회 금메달리스트 닝쩌타오가 유일하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전무하다. 준결승, 결승 무대에 오르기도 어렵다. 그러나 17세 황선우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로 마음 먹었다. "다들 아시아 선수들은 100m에선 안된다고 한다.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다. 오기가 생긴다"고 했다.

황선우의 인터뷰에선 어김없이 '레전드 대선배' 박태환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2003년생 황선우가 첫 물살을 갈랐던 2008년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이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해였다.


황선우는 "어릴 때 방송으로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 딴 것을 보고 정말 멋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꿈나무 시절을 떠올렸다. "작년 100회 체전 때 태환이형을 처음 뵀다. 특별한 친분은 없지만 경기 후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셨다. 내겐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었던 선수다. 영광스러웠다"며 깍듯한 존경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에 선후배는 없다. 자유형 200m에서도 '우상' 박태환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스타트, 턴, 레이스 운영 등을 보완해 내년에는 (박)태환이형의 기록을 넘어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0m에 우리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태환이형과 함께 한국 최초로 올림픽 계영 결선 무대에 오르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고도 털어놨다.

황선우의 취미는 '수영 영상 보기'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24시간 수영 영상만 찾아본다"고 했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 롤모델은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라고 했다. 최근엔 헝가리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스위밍 리그(ISL)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케일럽 드레슬의 세계기록 레이스를 봤다. 진짜 미쳤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드레슬과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붙는다면?'이라는 질문에 표정이 환해졌다. "와! 정말 영광"이라더니 "아직은 상상이 안된다.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눈을 반짝 빛냈다. 영상으로만 찾아보던 '월드클래스'와의 꿈의 레이스, '17세 괴물' 황선우에겐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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