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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AG Live]남북 수영단일팀,첫물살 함께 가르던 날의 기록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0-05 21:18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우리, 잘해봅시다!"

5일 오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아쿠아틱센터, 물 속에 뛰어든 북측 에이스 심승혁(22)이 남측 에이스 권용화(19·경기도장애인체육회)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6일 개막하는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 탁구 종목 단체전에서 장애인 체육 사상 첫 남북단일팀이 성사됐다. 수영은 남자 400m 계영, 남자 400m 혼계영 등 두 종목에서 남북 선수들이 함께 물살을 가른다. 혼계영은 남측 3명(배영 S9 권용화, 평영 SB5 임우근, 접영 S9 권 현), 북측 1명(자유형 S9 정국성)이 나선다. 계영은 남측 5명(S7 이동구, S9 권현, S9 권용화, S9 김세훈, S9 전형우), 북측 2명(S7 심승혁, S9 정국성)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명단과 순서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정된다. 단일팀 총감독은 선창용 남측 감독이, 코칭스태프는 박소영 남측 코치, 차정희 북측 코치, 김상섭 북측 코치가 맡게 됐다.

첫 남북 합동훈련에 맞춰 김창범 주인도네시아대사,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장향숙 고문, 전민식 한국선수단장, 전혜자 사무총장이 수영장을 찾았다. 김 대사는 북측 선수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안광일 북측 대사도 오늘 함께 오기로 했는데 불가피한 약속으로 혼자 왔다. 내게 북측선수단을 대신 잘 격려해주라고 하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명호 회장은 "북측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기량이 좋다. 남북이 함께 계속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같다. 자카르타가 남북 장애인체육 정보, 장비 교류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김창범 주인도네시아대사와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남북단일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북 수영대표팀은 사실 구면이다. 지난 9월 초, 베이징장애인국가대표훈련원에서 사상 첫 합동훈련을 했었다. 당시 남측 선수단장이었던 장향숙 고문이 다시 만난 북측 선수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다들 잘생겼네!"라는 덕담에 북측 청년들이 싱긋 웃었다. 풀 옆에선 단체촬영이 이어졌다. 남북 선수단이 함께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남북 선수들이 첫 물살을 가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같은 레인에서 사이좋게 몸을 푼 후 혼계영 스타트 훈련을 이어갔다. 배영, 평영 접영 자유형 영자가 스타트대에 차례로 섰다. 배영주자 권용화가 터치패드를 찍자, 평영주자 임우근(31·대전장애인체육회)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접영주자 권 현(27·부산장애인체육회)이 터치패드를 찍자 이번엔 자유형 최종주자, 북측의 정국성(21)이 역영했다. 남북이 실수없이 자신의 순서를 이어가며, 스타트, 릴레이 훈련을 반복했다.

자유형 릴레이 종목인 계영에선 남측 선수들과 북측 심승혁이 호흡을 맞췄다. 심승혁은 명실상부 북측 대표 에이스다. 4년 전 첫 출전한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평영 SB6 100m에서 북한 선수단에 사상 첫 동메달을 선물한 선수다.


첫 합동훈련 직후 남북 선수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전에 말입니다. 말이 앞서면 안됩니다"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하던 심승혁이 "남북이 '우리는 하나다'를 외칠 때 어땠느냐"는 질문에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정말 뭉클했습니다." 첫 훈련을 함께한 감회와 당찬 각오도 전했다. "우리 한민족이 함께 하면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잘해보갔습니다. 있는 힘껏 하갔습니다."


대한민국 수영청년들은 한목소리로 남북단일팀 결성을 반겼다. 혼계영 평영주자, 백전노장 임우근은 "'우리도 단일팀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설렘이 크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혼계영, 계영에 모두 이름을 올린 권용화는 "북측 선수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익숙한 느낌, 같은 선수, 동료라는 느낌뿐이었다.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단체전에서 무조건 메달을 딸 계획이다. 못딴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리우패럴림픽 3관왕' 조기성(23·부산장애인체육회)역시 북측 선수단과 함께 한 소감을 묻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장애인 수영 역사의 현장에 있게 돼 설레고 뿌듯했다. 앞으로 함께하는 일이 더 많아져서, 남북단일팀이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수영대표팀 주장 권 현은 "북측 선수들이 국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실력적으로는 우리가 우위에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몸을 보니 정말 잘 준비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창용 남북단일팀 총감독은 "우리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9개다. 남북단일팀으로 나서는 단체전에서도 메달이 목표"라고 밝혔다. "북측은 장애인수영 시작단계이지만 신체조건이 좋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계영은 메달권, 혼계영은 4위권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체전은 늘 이변이 많다. 인천 때도 실수, 실격으로 순위가 엇갈렸다. 강호 중국도 출전하지 않는다. 우리가 실수없이 우리의 레이스를 해낸다면 두 종목 모두 충분히 메달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남북 혼계영, 계영 선수들이 두손을 꼭 맞잡고, 어깨동무를 하는 '원팀'의 기념사진으로 첫 합동훈련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훈련장을 떠나는 주장 권 현의 약속이 믿음직했다. "우리 남북단일팀, 꼭 메달 딸 겁니다. 그때 다시 오셔서 인터뷰해주세요."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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