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펜서' 남현희(37·성남시청)가 생애 5번째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5월 초, 마음을 다잡고 출전한 독일 오픈대회 64강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목발을 짚고 귀국했다. 병원에선 무릎 연골이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1m53의 '땅콩검객'은 신장의 열세를 빠른 발로 이겨내왔다. 20년 넘은 세월, 무릎이 닳아없어질 만큼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랐고, 지독한 재활을 통해 위기를 넘어섰다. 지난달 태국아시아선수권, 남현희는 기적처럼 다시 돌아왔다. 무릎 수술 후 한달만에 나선 대회에서 여자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대회 통산 98번째 메달을 기록했다.
남현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통산 100개의 메달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동기부여"라며 웃었다. 2002년 부산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2006년 도하대회에서 개인전-단체전 2관왕,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도 2관왕, 2014년 인천대회에서 개인전 금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섯번째 아시안게임에서도 목표는 언제나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이다.
2002년 20대 초반의 첫 아시안게임과 2018년 30대 후반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다르지 않다. 그녀는 시종일관 펜싱을 사랑하고, 불철주야 자신의 기록에 도전하는 노력하는 선수다.
라이벌이자 절친 동료로 지난 20년간 함께 성장해온 후배 전희숙(34·서울시청)과 여자 플뢰레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도원결의했다. "나라를 위해,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하자고, 함께 힘을 합쳐, 꼭 여자플뢰레에서 금메달 2개를 따자고 약속했다. 왼손이 부족하니까, 서로 훈련시켜주면서 서로 함께 꼭 마지막 꿈을 이루자고 약속했다"며 웃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갓 돌을 지났던 남현희의 딸 하이는 이제 여섯살 꼬마 숙녀가 됐다. 요즘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중인 엄마를 기다리며 휴대폰 음성인식 앱을 향해 "남현희 틀어줘!"를 반복한다고 했다. "'남현희 틀어줘!' 하면 엄마가 나와. 엄마 보고 싶어서 그랬지"라는 의젓한 딸의 목소리는 마음에 머물렀다. '엄마 마음 심란하게 만들고 끊어버린 너… 하이야, 미안해 엄마 보고싶게 해서.'
포기를 모르는 엄마 펜서의 마지막 다짐은 하나밖에 없는 딸 하이를 향했다. "하이야, 엄마가 5번째 아시안게임에 도전하게 됐어. 늘 엄마를 기다리게만 해서 미안해, 이번이 엄마한테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거야. 엄마가 우리딸 하이에게 자랑스러운 모습, 마지막 금메달로 보여줄게. 사랑해!"
진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