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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인터뷰]김민석父 "기대이상의 아들, 그 어려운 걸 해냈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2-14 07:13




"바들바들 떨며 지켜봤다. 심장이 다 멎는 줄 알았다. 동메달을 따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웠다. 눈물이 왈칵 나더라."

'김민석 아버지' 김남수씨(55)는 14일 강릉오벌에서 아들의 평창올림픽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을 지켜봤다. 아시아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동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아버지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15조에서 1분 44초93의 호성적으로 전체 3위를 기록한 상황, 남은 3조 경쟁자들의 레이스를 지켜보는 내내 피가 바짝바짝 말랐다. "기절할 것같았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했다. 경기후 만난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 한마디를 건넸다고 했다. "고생했다. 아들.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김민석은 경기도 안양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남수씨와 김연희씨(51)의 1남2녀중 장남이자 막내다. 김씨는 '김민석은 어떤 아들이냐'는 질문에 "기대 이상의 아들"이라고 즉답했다. "스피드 스케이트화를 신은 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아버지로서 아들자랑을 한다면 그런데도 정말 착하고 마음도 여리다. 운동을 즐길 줄 안다. 또래들이 힘들다고 그만둬도 끝까지 해냈다. 승부 근성도 있고 그러다보니, 즐기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김민석은 일곱살 때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김씨는 "아들이 안양 YMCA유치원에 다닐 때다. 토요일마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양빙상장 갔는데 얼음 자체를 무척 좋아했다. 무서워하지 않고 웃으면서, 더듬더듬 벽을 잡고 걷고 넘어지면서도 울지 않고 좋아하더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시켰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쇼트트랙을 탔던 김민석은 2학년 말 지금의 이준수 코치를 만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 나가는 대회마다 전종목 1위를 휩쓸면서 김민석의 이름을 알렸다. 김씨는 오랜 스승 이준수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준수 코치님를 만나서 지금까지 같이 해온 것이다. 선생님이 정말 좋으시다. 아들과 합이 잘 맞는다"며 웃었다.

김민석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해왔다. 단거리 500m부터 장거리 5000m까지 소화해내며 유럽, 미주세에 밀려 아시아선수들은 좀처럼 활약하지 못하던 1500m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김씨는 "1500m은 어려운 종목이다. 종목 자체도 힘들지만 전세계 장거리, 단거리 최강자들이 다 모이는 종목이다. 너무 힘든 종목"이라고 했다.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가 열렸다. 김민석이 1분44초93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는 김민석.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3
좋은 선수 뒤에는 늘 헌신적인 부모, 훌륭한 스승이 있다. 김민석 역시 그랬다. 아버지 김씨는 아들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의 영상을 직접 찍는다. "국내 경기때는 늘 비디오를 들고 직접 찍는다. 아들이 영상 보는 것을 좋아한다. 늘 영상을 보면서 복기한다. 크라머, 나이스, 유스코프 등 세계적 선수들 것을 다 챙겨본다"고 했다. 수많은 경기를 보며 영상을 찍다보니 웬만한 선수들과 스타일은 줄줄이 꿰고 있다. 어지간한 전력분석관 이상이다. 늘 기대 이상을 해준 고마운 아들이지만 1500m 메달 가능성을 아버지는 "반신반의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서당개'가 풍월을 읊듯, 아들을 쫓아다니다보니 웬만한 선수들의 기록은 다 보고 있다. 파트릭은 지난시즌, 올시즌 월드컵에서 민석이에게 진 적도 있지만, 주니어 세계선수권 때 2년 연속 우승한 선수다. 민석이가 중3때 파트릭이 우승하며 주니어를 졸업했다. 당시 민석이는 5등이었다. 민석이가 올시즌 월드컵에서 4위를 한 적이 있지만 워낙 강자들이 많아 그것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최초의 메달이라니 너무 장하다. 아직 19세, 주니어 나이이지 않나. 그래서 더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들이 돌아오면 뭘 해주시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싶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그렇게 조르고, 그런 스타일도 아니다"며 웃었다. "아들이 삼겹살과 양곱창을 좋아한다. 집에 오면 사주고 싶다"며 웃었다. 김민석의 경기날 아침, 강릉으로 오기 전 독실한 불교신자인 아버지는 안양 약사사를 찾았다. "아들 경기를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교를 믿는데, 아침에 절에 들렀다. 어머니, '민석이 할머니'를 모신 절에 가서 인사드리고 왔다. '오늘 잘 부탁드린다'고 기도드리고 왔다. 할머니는 민석이가 중2때 돌아가셨다. 손자 운동하는 걸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다. '우리 대장, 우리 대장'하면서 좋아하셨다. 하늘의 민석이 할머니가 좋아하실 것같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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