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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아이스하키]'운명의 한일전' 단일팀, 1대106의 벽을 넘어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14 05:00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연속 실점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단일팀 선수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1대106.

지난 7번의 한일전 기록이다. 한국이 기록한 득점은 단 1골, 실점은 무려 106골에 달한다. 2007년 창춘아시안게임에서는 0대29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물론,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다. 2회 연속 올림픽 자력 출전에 성공한 일본 여자아이스하키의 등록선수는 2587명에 달하지만, 한국은 단 319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중,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까지 한개의 팀도 없다.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한일전이지만, 객관적 전력에서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오후 4시40분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세계랭킹 9위)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단일팀은 최악의 분위기다. 10일 스위스(세계 6위)전에 이어 12일 스웨덴(세계 5위)전까지 모두 0대8로 무릎을 꿇었다. 1, 2위에게 주어지는 4강 플레이오프행이 좌절됐다. 무기력했던 스위스전과 비교해 스웨덴전에서는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실력차는 어쩔 수 없었다. 스웨덴전 이후 이진규 등 일부 선수들은 분한 마음에 눈물을 쏟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골리 신소정은 "확실히 '올림픽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찬스를 좀처럼 놓치지 않더라"고 고개를 숙였다.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듯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단일팀 머리 감독.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새러 머리 단일팀 감독은 13일 전격적으로 훈련을 취소했다. 10일 스위스전 다음날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던 머리 감독이었다. 준비 시간이 짧았던만큼 주어진 연습 시간을 꽉 채워 진행했다. 하지만 단일팀 선수들이 2경기 연속 대패로 충격을 받고 의욕을 잃은 상황에서 훈련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 감독은 지난 두 경기 패인을 분석하고, 일본전 전략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데로, 일본은 강하다. 일본은 이번이 3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나선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5경기 5골-45실점의 참패를 겪은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는 자력 출전에 성공했다. 당시 전패를 당했으나 패배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일본 선수들은 링크에 벌러덩 드러눕는가 하면 몸으로 오륜기를 만들며 사진을 찍은 그들을 향해 외신들은 "올림픽의 사랑스러운 약자들"이라고 평가했고, 일본 국민은 대표팀에 '스마일 재팬'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AFPBBNews = News1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스웨덴(1대2), 스위스(1대3)에게 연패하며 4강 플레이오프행이 좌절됐지만, 내용면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슈팅수에서는 두 경기 모두 일본이 앞섰다. 스위스전에서는 유효 슈팅 38-18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도 골 결정력 부재로 아쉽게 패했다. 신체조건에서는 밀렸지만, 안정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이 돋보였다. 정교한 패스워크로 풀어나가는 공격은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노장' 하나에 구보는 일본 공격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1골-1도움을 올리며 이번 대회 일본이 기록한 두골에 모두 관여했다.

여기에, 우리 못지 않게 승리에 대한 의지가 높은 일본이다. 일본은 목표로 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올림픽 첫 승리를 꿈꾸고 있다. 일본은 올림픽에서 10연패 중이다. 야마나카 다케시 일본 감독은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여전히 올림픽 첫 승이며 정말 이기고 싶다"며 "우리 선수들이 웃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결국 단일팀이 믿을 것은, 진부하지만 결국 정신력이다. 상대의 기술이 앞서지만, 적어도 몸싸움 면에서 이전 스위스, 스웨덴전만큼의 부담은 없는만큼 많이 뛰는 경기로 일본의 기술을 차단해야 한다. 다행히 선수들 역시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다시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김희원은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최지연도 "일본전에서 첫 골을 넣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 일본은 체력이나 덩치가 우리와 비슷하다. 정말 찬스를 살리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머리 감독 역시 "일본전은 한국과 일본, 두 국가 간의 역사적인 문제 때문에 선수들이 특히 더 힘을 낼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은 최대 라이벌로 일본을 꼽는다. 물론 두 경기 힘든 패배를 경험한 터라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나는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일전은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승리한다면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한 번에 잠재울 수 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한국 선수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대106'의 기적을 써야 한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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