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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손승모-선수 이현일 셔틀콕스타의 아름다운 재회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1-30 16:14 | 최종수정 2018-01-30 19:26





선수 시절 라이벌이자 '절친'이 스승과 제자로 다시 만났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남을 두 스타가 아름답고도 독특한 우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배드민턴 남자단식의 1, 2인자를 공유했던 손승모(밀양시청 감독)와 이현일이다.

38세 동갑내기인 둘은 이번에 실업팀 밀양시청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이현일이 최근 MG새마을금고와 계약이 끝난 뒤 밀양시청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후 같은 소속팀에서는 처음이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친구가 감독-선수로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배드민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고 프로축구에서 전남 노상래 감독(48)과 골키퍼 김병지가 은퇴(2015년) 직전 함께 한 적이 있을 뿐이다.

손승모와 이현일은 1990년대 후반∼2004년까지 에이스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했던 라이벌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다. 선수 시절 기묘하게 운명이 엇갈리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때 당시 세계랭킹 3위로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이현일은 조기에 탈락했고, 세계 13위로 주목받지 못했던 손승모는 기적같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둘의 운명은 다시 갈렸다. 손승모는 고질적인 부상으로 고생하면서 공백 기간이 길어졌다. 2007년 대표팀에 복귀해 챌린지대회에서 우승하기는 했지만 더이상 현역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지도자의 길로 일찌감치 접어들었다.




반면 이현일은 배드민턴 선수로서 황혼기임에도 왕성하게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배드민턴계에서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불릴 정도다. 아테네올림픽에서의 실패 이후 오뚝이처럼 재기해 2006년 전영오픈에서 한국 남자단식 최초로 준우승을 했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후 은퇴와 대표팀 복귀를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불굴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이현일이 대표팀 복귀를 거듭한 것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요청 때문이었다. 당시 남자단식 선수 가운데 이현일 만한 이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이현일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자단식 주자로 출전해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며 베테랑의 위용을 자랑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에서 최종적으로 은퇴한 이현일은 개인자격으로 오픈대회에 출전해 메달권 성적을 내고 해외리그에도 활발하게 도전하는 등 젊은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감독 손승모와 선수 이현일의 의기투합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손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말 이현일이 새마을금고와 계약이 끝남에 따라 거취를 고민하는 것을 보고 '네가 괜찮다면 밀양시청으로 오라'고 한 번 던져본 적이 있다. 그런데 현일이는 그 말 한마디가 고마웠는지 계약이 끝나자마자 밀양시청에 입단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친구 이현일을 선수로 데리고 쓰는 게 어색하기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 "훈련장에서는 감독의 권위를 보여야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말을 놓으며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 팀워크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손 감독은 배드민턴 판에서 흔히 '한물 갔다'고 하는 노장 선수를 왜 영입했을까. 손 감독은 "현일이는 국내에서도 여전히 '톱3'에 들 만큼 건재하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신했다.

현재 해외리그에 참여 중인 이현일은 금명간 밀양시청에 합류해 오는 3월 열리는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에서 스승 손승모와의 찰떡 우정을 과시할 예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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