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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한파가 뒤덮은 24일 점심 무렵, 수많은 직장인들이 핸드폰으로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었다. 추위를 피해 사무실 안팎에서 정 현과 테니스 샌드그렌 간 호주오픈 8강전에 몰입했다.
정 현에 대한 관심은 특히 젊은 층을 강타했다. SNS가 뜨거웠고, 정 현 관련 검색어는 순식간에 포털사이트를 점령했다. 테니스 룰을 잘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 현 경기를 보는 순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했고 승리의 순간을 확인했다.
정 현 신드롬, 벌써부터 파생 효과도 만만치 않다. 라켓 한번 잡아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테니스에 부쩍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 현 키즈'란 용어가 등장했다. 웹에는 정 현과 테니스 관련 용어가 온종일 실시간 검색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폭발적 관심은 곧 돈으로 이어진다. 돈 되는 곳에 어김없이 산업이 있다. 용품업체는 물론 향후 중계권, 광고 효과 등 파생 상품은 무궁무진하다. 정 현과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어디로 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찰 프로그램이 대세인 예능프로그램도 정 현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발빠르게 물밑 섭외 경쟁에 이미 들어갔다.
정 현과 테니스에 대한 관심은 블랙홀 처럼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데다 북한 참가 문제로 뜨거운 이슈몰이를 하던 평창 올림픽의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테니스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불가능해 보이던 미지의 영역을 역경을 딛고 홀로 개척한 영웅 숭배적 성격을 띤다. 과거 박세리의 US오픈 우승, 박인비의 그랜드슬램 달성,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 달성, 김연아와 박태환의 종목 사상 첫 올림픽 우승 후의 사회적 반응과 비교될 만 하다.
대한민국 종목 발전은 전형적인 개발형 구조다.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특출난 엘리트 하나가 기적을 쓰면 그제서야 붐이 일어나는 형태. 결국 반짝 관심이 산업화라는 장기적 선순환 고리로 이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산업의 형태를 어느 정도 갖춘 여자프로골프와 프로야구의 기반 속에서 제2의 박세리, 제2의 박찬호가 등장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산업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는 피겨와 수영 종목에서는 제2의 김연아, 제2의 박태환 탄생이 늦어지고 있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프레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와 지자체, 기업의 지원으로 생활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 현 신드롬' 역시 반짝 관심에서 벗어나 테니스의 산업화, 대중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