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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신'주세혁의 결단 '리우 단식 티켓은 후배 이상수에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3-24 00:22



'깎신' 주세혁(36·삼성생명)이 리우올림픽 단식 출전 티켓을 후배 이상수(26·삼성생명)에게 양보했다.

23일 국제탁구연맹(ITTF)에 따르면, 내달 13일부터 17일까지 홍콩에서 펼쳐질 리우올림픽 탁구 아시아지역 예선에 한국은 정영식(24·대우증권), 이상수를 파견한다. 리우올림픽에는 남녀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단식) 메달 등 단 4개의 금메달만이 존재한다. 단체전 엔트리는 국가별 3명, 개인전 엔트리는 국가별 2명이다. 한국의 단체전 엔트리는 지난해 10월 랭킹에 따라 정영식, 주세혁, 이상수로 결정됐다. 개인전 역시 랭킹순으로 정영식, 주세혁이 유력했다. 그러나 지난 3월초 쿠알라룸푸르세계선수권 직후 변화가 생겼다. 주세혁이 개인전에 나서지 않을 뜻을 표했다. 이상수가 기회를 물려받게 됐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주세혁은 이상수, 정영식 등 후배들을 이끌고 4강에 올랐다. 2년전 도쿄 대회에서 놓친 동메달을 기어이 탈환했다. 16강전, 8강전에서 '세계 최강 수비수' 주세혁이 보여준 철벽 플레이는 놀라웠다. 세월을 거스르는 활약으로 홍콩 에이스들을 모조리 돌려세웠다.

주세혁은 대회 직후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과 안재형 남자대표팀 코치에게 개인전 불참의 뜻을 표했다. 4년전 런던올림픽에서 오상은, 유승민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세혁은 후배들과 함께할 자신의 3번째, '마지막 올림픽'에서 단체전 메달을 따는 데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오상은, 유승민이 대표팀을 떠난 후 나홀로 남은 '베테랑' 주세혁은 세대교체기 '징검다리' 역할을 자청해 왔다. 주세혁은 마롱, 장지커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수비수다. 지난 10년간 선배들의 그늘에 가린 후배들이 경험과 훈련을 통해 스스로 치고 올라올 때, 한국 탁구의 4강 명맥을 이을 때까지 함께 버티겠다고 다짐했었다.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닥공' 이상수가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단체전 동메달 직후 주세혁은 "이제 내가 없어도 되겠다"고 농담했다. 후배들의 선전은 '선배' 주세혁의 개인전 양보 결심을 더욱 굳히게 했다. 개인전과 병행할 경우의 체력 부담도 고려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한국 탁구의 자존심, 주세혁은 팀플레이어다. 후배들과 함께 도전하는 '단체전 메달'의 꿈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주세혁은 "선수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후배들의 무대에 괜히 끼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꼭 함께 메달을 따야 한다"고 말했었다. 개인전 욕심을 내려놓고 단체전 메달에 올인했다. "다른 목표는 없다. 나는 그것만 하면 된다. 다른 것 다 잘해도 그걸 못하면 안 된다. 다른 걸 다 못해도 그것만 해내면 된다. 그래야 행복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알려진 대로 그는 수년째 자가면역질환인 '희귀병' 베체트병을 견디고 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직전 찾아온 기분 나쁜 발목 통증,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불쑥 찾아드는 불청객이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변수는 건강이다. 훈련량을 늘리면 피로가 쌓인다. 그렇다고 훈련랑을 줄일 수도 없다.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고민을 거듭했다. 노장이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주세혁을 개인전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11일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결국 주세혁과 코칭스태프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경기이사는 "15일 마감한 리우올림픽 지역 예선에 정영식, 이상수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주세혁의 현 기량으로 봤을 때 협회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단체전의 중요성과 노장으로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체력적 부담, 피로도를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주세혁의 결단은 '아름다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이 바뀐 리우올림픽 탁구 엔트리는 각 지역 예선을 통해 40명의 선수를 선발한 후 상위 22위내 랭커들을 추가 선발하는 방식이다. 주최국 브라질 추천선수 1명, ITTF 추천선수 1명을 포함해 총 64명의 선수가 나선다. 이중 아시아에 할당된 티켓은 총 11장이다. 동아시아, 서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총 5개권역 예선을 통해 각 1명의 선수가 티켓을 획득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남은 6장의 티켓을 놓고 다시 격돌한다.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이 포진한 동아시아는 격전지다. 권역 티켓은 '1강' 중국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남은 6장의 티켓을 둘러싼 대혈투가 예상된다. 그러나 설령 예선에서 티켓을 놓치더라도 상위 랭커 추가 선발에 따라 올림픽 출전에는 무리가 없다. 3월 기준 정영식의 세계랭킹은 14위, 이상수의 세계랭킹은 18위다. 선배의 큰 뜻을 이어갈 '영건' 후배 정영식, 이상수의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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