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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신' 주세혁(36·삼성생명)이 리우올림픽 단식 출전 티켓을 후배 이상수(26·삼성생명)에게 양보했다.
주세혁은 대회 직후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과 안재형 남자대표팀 코치에게 개인전 불참의 뜻을 표했다. 4년전 런던올림픽에서 오상은, 유승민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세혁은 후배들과 함께할 자신의 3번째, '마지막 올림픽'에서 단체전 메달을 따는 데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오상은, 유승민이 대표팀을 떠난 후 나홀로 남은 '베테랑' 주세혁은 세대교체기 '징검다리' 역할을 자청해 왔다. 주세혁은 마롱, 장지커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수비수다. 지난 10년간 선배들의 그늘에 가린 후배들이 경험과 훈련을 통해 스스로 치고 올라올 때, 한국 탁구의 4강 명맥을 이을 때까지 함께 버티겠다고 다짐했었다.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닥공' 이상수가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단체전 동메달 직후 주세혁은 "이제 내가 없어도 되겠다"고 농담했다. 후배들의 선전은 '선배' 주세혁의 개인전 양보 결심을 더욱 굳히게 했다. 개인전과 병행할 경우의 체력 부담도 고려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알려진 대로 그는 수년째 자가면역질환인 '희귀병' 베체트병을 견디고 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직전 찾아온 기분 나쁜 발목 통증,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불쑥 찾아드는 불청객이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변수는 건강이다. 훈련량을 늘리면 피로가 쌓인다. 그렇다고 훈련랑을 줄일 수도 없다.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고민을 거듭했다. 노장이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주세혁을 개인전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11일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결국 주세혁과 코칭스태프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경기이사는 "15일 마감한 리우올림픽 지역 예선에 정영식, 이상수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주세혁의 현 기량으로 봤을 때 협회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단체전의 중요성과 노장으로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체력적 부담, 피로도를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주세혁의 결단은 '아름다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이 바뀐 리우올림픽 탁구 엔트리는 각 지역 예선을 통해 40명의 선수를 선발한 후 상위 22위내 랭커들을 추가 선발하는 방식이다. 주최국 브라질 추천선수 1명, ITTF 추천선수 1명을 포함해 총 64명의 선수가 나선다. 이중 아시아에 할당된 티켓은 총 11장이다. 동아시아, 서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총 5개권역 예선을 통해 각 1명의 선수가 티켓을 획득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남은 6장의 티켓을 놓고 다시 격돌한다.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이 포진한 동아시아는 격전지다. 권역 티켓은 '1강' 중국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남은 6장의 티켓을 둘러싼 대혈투가 예상된다. 그러나 설령 예선에서 티켓을 놓치더라도 상위 랭커 추가 선발에 따라 올림픽 출전에는 무리가 없다. 3월 기준 정영식의 세계랭킹은 14위, 이상수의 세계랭킹은 18위다. 선배의 큰 뜻을 이어갈 '영건' 후배 정영식, 이상수의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