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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선 제설기가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인공 눈을 뿌리고 있었다. 진입도로는 포장이 안된 상태였다.
설경의 장관은 눈물겨웠던 노력의 산물이었다. "Korea can do it(대한민국은 할 수 있다)", 조 위원장의 배수진이었다. 크리스마스, 신정 연휴 등 연말연시는 사치였다. 국내외 현장 건설관계자는 물론 군 장병까지 동원돼 24시간 땀을 흘리고 또 땀을 흘렸다.
정선의 '작은 기적'이 연출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첫 테스트이벤트가 치러질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이 22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조 위원장은 "감회가 남다르다. 예정대로 테스트이벤트를 무사히 개최하게 됐다.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의 기적(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이어 작은 기적을 다시 한번 일궈냈다. 현장 관계자들의 피땀어린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20일 코스를 승인한 군터 후아라 FIS 기술고문은 "한국인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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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의 꽃인 활강과 슈퍼대회전이 열린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2014년 5월 착공됐다. 총 활강 코스는 2648m, 표고차는 825m로 설계됐다. 201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공정률은 약 67%다.
하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코스는 아찔했다. 최고 경사는 33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랐다. 세계적인 스키장 설계자인 버나드 루시(스위스)가 디자인한 것을 실감했다. 가리왕산의 지형과 나무를 최대한 살렸다. 슬로프에는 다지고 또 다진 1.2m 이상 높이의 눈이 쌓여 있었다. 슬로프의 눈 깊이와 상태, 곤돌라 등이 국제적인 기준을 충족했다. 군터 후아라 기술고문은 "정선 알파인 코스는 외국의 다른 월드컵이나 올림픽 코스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지형과 여러 곳의 점프,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지형이 배합됐다. 세계적인 수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장은 "선수들의 기술을 요하는 특징이 있으며 선수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코스지만 보는 재미는 더 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고 시속 150km로 1분40초에 주파해야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선 알파인 스키장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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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가 중요하다. 다음달 6일과 7일 열리는 이곳에서 열리는 2016년 아우디 FIS 알파인스키 월드컵 대회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첫 테스트 이벤트다. 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17개국 84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 세계 정상급 기량의 선수들이 총 출동한다.
아쉬운 점은 있다. 정선은 대한민국 첫 알파인 스키장이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 이벤트에서 한국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런 좋은 시설을 갖추게 된 만큼 그에 걸맞은 선수도 육성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준비는 이제 시작이다. 김 장관은 "가장 호평받는 경기장이 될 거라 확신한다. 이제는 대회 준비의 무게 중심이 시설에서 대회 운영으로 옮겨가는 시기다. 테스트 이벤트는 더 없이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곳의 경기장 건설 역시 올해 안에 다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설 건설 문제로 인해 올림픽 개최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본궤도에 오른 분위기였다.
활용과 복원의 두 얼굴
지워지지 않은 의문부호도 있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 대해선 처음부터 환경 훼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불가항력이었다. 22일 개장 행사에서도 한 외신기자의 질문이 있었다. 김 장관은 "스키장이 없는 데 어쩌겠나. 지어야 했다. 이런 규모의 스키장이 한국에 없다. 기존의 스키장 활용을 할 수 있었으면 왜 지었겠느냐"고 설명했다.
정선 코스는 소치(3495m), 밴쿠버(3105m) 올림픽 코스보다 짧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발 지점을 가리왕산 중봉에서 하봉(남녀 코스)으로 통합했다. 어렵게 건설한 경기장이다. 한국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산을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후 활용과 복원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정선=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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