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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LEARN]'이대학생회장'출신 김수영 양천구청장의 체육예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1-04 17:06 | 최종수정 2016-01-04 18:10



김수영 양천구청장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2.24.

푸른 재킷의 옷깃에 '양성평등(Gender Equality)' 금배지가 반짝였다. 지난 연말 집무실에서 마주한 김수영 양천구청장(52)은 "우리 구 직원들은 늘 이 배지를 달고 다닌다"며 웃었다. 양천구는 2015년 '여성 가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구립어린이집 12개소 확충, 마을 방과후 강사 양성, 여성 취/창업 교육 강화 등 진정성 있는 노력들이 인정받았다. '찾아가는 복지 서울 우수구' '함께 누리는 건강 서울 우수구' 등28개 분야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8억4510만원의 인센티브 상금까지 챙겼다. 1986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청장은 소통의 달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다. '관할' 양천구에 위치한 스포츠조선이 추진중인 '여학생 체육 활성화' 캠페인에 반색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2.24.
'운동 못하는' 청장님의 '운동 예찬론'

김 청장은 "운동을 못하는 여학생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인터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운동을 잘하셨느냐'는 질문에 대번 고개를 저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을 제일 싫어했다. 사실 운동을 굉장히 못했다. 100m를 20초쯤 뛰었나. 체육시간에 비 오길 바랐다"며 웃었다. 운동을 싫어하는 여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씻을 데도 없고, 땀 나면 끈적이고, 다음 수업시간에 짜증도 난다. 나도 그랬다."

운동을 싫어했던 '청장님'은 뒤늦게 운동의 기쁨을 알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처음엔 돈이 아까워서 다녔는데 한달 해보니까, 땀흘린 후 샤워하는 게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더라. 그 기분 때문에 1년을 꼬박 다녔다"고 했다.

학교 수업시간 '울며 겨자먹기'로 배운 자전거와 수영은 뜻밖의 자산이 됐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자전거를 배웠다. 수영 역시 이대 신입생들은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필수과목이었다. 억지로 배운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 같다"며 웃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엔 일부러라도 하려고 노력한다. 볼링, 등산과 함께 배드민턴도 짬짬이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하는데 운동량이 엄청나다.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좋다"고 했다. 김 청장은 지난해 넥센 홈구장인 목동야구장에서 시구도 했다. "한달 내내 동네 공원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연습할 때 꽤 괜찮았는데 실전에는 연습만큼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여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나처럼 운동을 잘하지 못해도 평생 운동할 수 있다. 조금씩 재미를 붙이면 된다." 운동을 못해서, 그래서 더 싫어하는 여학생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건넸다. "처음에는 헬스, 볼링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 좋다. 볼링 같은 종목은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고 목표도 생긴다. 수영도 거리를 늘려가는 재미가 있다. 혼자 하는 운동에 익숙해지면 배드민턴처럼 상대가 있는 종목도 해보고, 축구 같은 팀 스포츠에도 도전해보면 좋겠다. 재미를 느끼고 꾸준히 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2.24.

김수영 양천구청장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2.24.

김수영 양천구청장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2.24.
운동하는 엄마는 최고의 선생님

김 청장은 여학생들이 운동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로 "입시 위주의 환경"을 꼽았다. "'진로'가 아닌 '진학' 위주의 교육이 되다 보니 모든 학생에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국영수 중심, 똑같은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국영수 지식' 외에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막상 신나게 달리고 땀흘리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확 풀어진다. 카타르시스가 있다. 책상앞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체력도 생긴다"고 했다.


김 청장은 '운동하는 엄마가 운동하는 딸을 키운다'는 명제에 깊이 공감했다. "목동 지역 젊은 엄마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적극적이다. 결혼 전 교사, 잘나가는 강사였던 분도 많다. 이 엄마들의 능력을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을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3기째를 맞게 되는 방과후 강사 양성을 위한 여름특강 과정에 스포츠와 연계한 프로그램 계발도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30~40대 엄마들이 아이 키우다 보면 경력 단절이 생기는데 그걸 받아줄 데가 없다. 운동 잘하는 엄마들을 구청에서 특강을 통해 훈련시켜 학교와 연결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이 귀띔한 양천구 '운동하는 엄마'들의 실력은 상당했다. "양천구 여성축구교실은 10년 가까이 됐다. 30명 가까운 선수들이 활동중이다. 올해 충북지사배 전국여성축구대회에서 준우승, 서울시장기에서 3위를 했다. 여성 자전거 교실도 참여율 높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가을에는 동별 대항 어머니배구 대회도 열린다. 온가족이 응원전에 나서는 축제다."

교육경비 보조금 등을 통해 학교체육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신월중, 신남중학교 체육관 공사, 월촌초등학교 다목적 강당 건립 등을 추진중이다. 날씨에 관계없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대한민국 여성 리더로 성장할 '후배' 여학생들에게 운동을 적극 권했다. "많은 여학생들이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는데, 새해에는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예뻐지면 좋겠다. 양천구는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다. 안양천변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여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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