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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사재혁,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1-03 16:03 | 최종수정 2016-01-03 17:32



'오뚝이역사' 사재혁(32·아산시청)이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은 폭행사건에 휘말리며 선수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재혁은 지난달 31일 춘천의 한 술집에서 역도 후배들과 송년회를 하던 중 그 자리에 합석한 '한국 역도의 미래' 황우만(21)을 말다툼 끝에 폭행했다. 황우만은 왼쪽 눈 밑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사재혁은 황우만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황우만과 가족들은 이를 거부했다. 황우만의 신고로 사건을 접수한 춘천경찰서는 조만간 사재혁을 소환조사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재혁은 황우만과 악연이 있었다. 황우만은 2014년 세계청소년역도선수권대회 합계 2위에 오르며 한국 역도의 미래로 떠올랐다. 사재혁은 지난해 초에도 태릉선수촌에서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황우만을 몇차례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원도청에서 아산시청으로 팀을 옮기는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켰던 사재혁은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당시 사건이 결국 화근이 됐다. 사재혁은 황우만이 그 사건을 주변에 알리고 다닌다는 사실에 격분해 황우만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만은 가뜩이나 허리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정신적 충격까지 받아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재혁은 한국 역도 최고의 스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77㎏급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않은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번째 올림픽이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경기 중 팔꿈치가 탈구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투혼으로 많은 국민들에 감동을 안겼다. 사재혁은 이후 은퇴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현역복귀를 선언했고 2014년 85㎏으로 체급을 올려 인천아시안게임과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오뚝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인상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고도 용상에서 실격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9위에 그쳤다. 하지만 사라질뻔한 '역도 천재'가 눈물의 재활을 마치고 플랫폼에 선 것만으로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침체기에 빠진 역도계는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사재혁을 반전 카드로 꺼냈다. 사재혁은 2015년 전국체전에서 인상과 합계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본인 스스로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동메달이었다. 대한역도연맹은 그간 사재혁의 공로를 높이 사 대표팀에 합류할 기회를 줬다. 후배들을 이끌고 동시에 다시 한번 기적의 드라마를 써줬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재혁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를 '폭행사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날려버렸다.

대한역도연맹은 아직 사재혁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짓지 않았지만 그의 리우올림픽행 가능성은 사실상 끝이 났다. 사재혁의 부활은 물건너갔다. 한국 역도의 지독한 암흑기도 계속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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