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여학생체육]김희정 장관"100m-14초9,체육은 가장 좋아하는 과목"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5-28 07:41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5.15.


"젊은 여성 리더로서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똑 부러지는 '의리녀', 추진력 강한 '여장부', 독한 '승부사'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44)에 대한 여의도 정가의 평판은 그랬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33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부산 연제)으로 당선될 당시 '인라인 유세'로 바람몰이를 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재선된 후,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 장관이 됐다. 김 장관은 지난해 10월 프로야구 롯데의 홈 사직구장 넥센전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고, 지난해 11월 '자전거 뉴라시아 대장정'에도 동참했다. '난지도부터 국회까지' 피날레 구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씽씽 달렸다.

5월 중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 장관은 화사한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 '여학생 체육'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김 장관은 "체육 진짜 좋아한다"며 반색했다.

아동들의 놀 권리, 행복해질 권리

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학교체육 활성화', 이중에서도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대해 같한 의미를 부여했다. "학교체육 활성화는 대선 공약사항이었다. 대선 때의 모든 공약이 국정과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중 10% 정도만 국정과제로 채택된다. 국정과제는 반드시 매년 각 부처에서 실적보고를 해야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급한 과제로 '제도, 인프라, 지도자'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현재 교육부 산하에 양성평등 교육 위원회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반영하고 양성 평등을 지향하는 위원회다. 더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학교체육진흥법' 안에 양성평등을 고려한 체육교육 규정을 추가해 개정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본다. 7월부터 시행되는 양성평등 기본법에 발맞춰, 스포츠 양성평등법 논의도 있지만, 제정법은 현실적으로 19대 국회 회기내에 힘들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존 법안, 현행법을 보완하는 식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여학생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과 환경을 보완해주는 부분도 중요하다. 남녀공학이 늘어난 만큼, 탈의실, 샤워시설 등 인프라는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특성을 감안해 여성에게 최상의 체육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지도자, 선생님도 더 많이 필요하다. 훌륭한 엘리트 여자선수 중 체육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는 것도 방법이다. '메달리스트'는 여성이 많은데, '지도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일곱살 딸, 네살바기 아들을 둔 학부모의 관점에서 여성 체육 지도자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태권도학원에서도 엄마들은 여자 사범을 선호한다. 더 믿고 맡긴다. 신체 접촉이 있고, 옷도 갈아입히고 하니까, 무엇보다 세심하게 챙기는 면에서도 여자사범이 안정적인 부분이 있다. 원칙적으로 양성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했다.

100m 14초9 '스프린터 장관', 여학생 체육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교 때 체육을 잘하셨을 것같다"는 말에 김 장관은 "좀 많이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체육을 굉장히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100m 달리기 기록이 14초9였다. 늘 반 대표, 학교대표 계주선수로 뛰었다." 체육 이야기에 웃음꽃이 피었다. "중학교 때 반 대항 핸드볼 대회 때도 선수로 뛰었다. 지금도 우리 애 어린이집 체육대회에서 '엄마 선수'로 아이 손을 잡고 뛴다"고 했다.

체육의 자신감은 가정, 사회에서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뛰는 것은 다르다. 김 장관은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힌 체육의 가치를 알기쉽게 설명했다. "학창시절에 반 대항 체육대회를 하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뛰는 아이도 응원하는 아이도 하나가 된다. 남아서 운동 연습을 하면서 엄청 친해진다. 체육시간도 재미있었지만, 쉬는 시간마다 '고무줄 뛰기'를 정말 열심히 했다. 쉬는 시간 종이 '땡' 치면 고무줄 뛰고 치마도 찢어먹고…, 오자미 놀이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힘든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그 짧은 10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신체활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푼 것이 다음 교과 공부에 집중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체육을 통해 무너진 인성교육, 단합과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체육이 가진 미덕이 정말 많다. 건강한 정신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운동장에서는 체육 잘하는 애가 공부 잘하는 애를 도와준다. '나도 도와줄 수 있다''잘하는 게 있다'는 자신감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체육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2~17세 아동중 방과후 학원과외를 하고 싶은 아동은 24.7%지만 실제로는 54.3%가 학원을 다닌다. 신체활동, 운동을 원하는 아동은 21.1%지만 실제로 운동하는 아동은 5.9%다. 여가부는 지난 13일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OECD 국가중 최하위인 아동의 삶의 만족도, 주관적 행복지수를 10년내 OECD 국가 평균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김 장관은 '아동의 놀 권리'를 강조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어놀면서 자란다. 학업과 놀이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중앙부처, 지자체, 교육청 등이 공동으로 '아동의 놀 권리' 헌장을 선포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 체육활동을 위한 여가부의 정책도 소개했다. "2006년부터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를 통해 맞벌이 가정, 한부모,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체육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영, 암벽등반, 스키교실 등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게 한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과 인성 발달에 기여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모성 건강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모성 보호가 스포츠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 후 체육을 안하다가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임산부 요가'다. 출산 준비를 하면서 예비엄마들이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다.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생애주기가 꿰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은 건강, 여가와도 직결된다. 지금의 체육은 단순한 교과 차원을 넘어, '100세 시대' 건강, 여가, 행복과 연계된 총체적 개념"이라고 했다. "여학생들에게 더 많이 뛰어놀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할까 한다. 내 지역구(부산 연제구)가 부산아시아드체육관 옆이다. 집 앞 체육관에서 수영을 배웠다. 고3 마치고 동네 친구 다 데리고 수영장에 가서 등록했다. 또 부산교대가 집 근처였다. 중학교때 교대 테니스장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수장으로서 진솔한 경험담이 쏟아진, 이례적인 '체육' 인터뷰는 유쾌했다. '운동할 줄 아는' 여성 리더의 롤모델이었다. 씩씩하고 똑똑하고 거침없었다. 인터뷰 내내 '여학생 체육의 중요성'을 설파한 김 장관이 다음 일정을 위해 급히 집무실을 빠져나가며 '촌철살인' 농담을 던졌다. "오늘 저, '체육' 장관 인터뷰한 것 같은데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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