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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노민상 감독 재결합-수영장 공문 논란,진실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5-06 14:37


금지약물 복용으로 선수 자격정지를 받은 박태환이 27일 서울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태환이 기자회견문을 읽으며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INA 청문회에 참석한 뒤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27/

"올림픽수영장은 국민 모두를 위한 생활체육 시설이다. 박태환 훈련과 관련해 수영연맹에 공문을 요청한 적이 없다."

박태환이 올림픽수영장의 '공문 요청'으로 훈련 재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올림픽수영장을 관할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올림픽수영장은 하루 6000명이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생활체육 시설이다. 새벽 6시부터 이용객들이 줄을 선다. 박태환 선수의 훈련이 기존 회원들의 강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모든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인' 박태환이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에 기본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도핑 양성반응' 파문을 딛고 재기를 모색중인 박태환은 지난 3월 23일 세계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18개월 징계를 받은 후 조용히 훈련 장소를 물색해왔다. 수영장을 물색하는 것은, 여론의 부담이나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선수로서 할 일을 하면서, 징계기간 동안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3월 말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노력들이 약쟁이로 치부되고"라는 단락을 읽다 말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주사라는 일부의 시선 때문에라도, '실력'으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남몰래 불태우고 있다.

당장 수영장이 없어, 국내 훈련이 힘든 상황에서 옛스승 노민상 감독과의 재결합을 추진했다. 올림픽스포츠센터 수영장(이하 올림픽수영장)에서 운영중인 '노민상 꿈나무 수영교실'의 일원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노민상 꿈나무 수영교실'은 노민상 감독이 꿈나무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올림픽수영장에 개설한 강습 프로그램이다. 보조풀의 3개 레인을 할당 받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유망주 선수들이 하루 2시간씩 물살을 가른다. 박태환은 노 감독 '수영교실'의 레인에서 후배들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훈련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노 감독은 위기에 처한 애제자를 향해 선뜻 손을 내밀었다. 수영 인생의 첫단추를 함께 끼웠던 스승으로서 제자의 마지막을 기꺼이 돕기로 했다. 그러나 수영장 운영팀의 반대에 부딪쳤다. 올림픽수영장 운영팀은 "꿈나무 교실의 취지와 강습 내용이 박태환 선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다. "박태환의 수영 실력이 꿈나무들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강습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공문을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프로그램 취지를 들어 강습을 반대했을 뿐, 수영연맹측에 공문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노 감독 역시 "수영장측으로부터 공문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노 감독은 지난 3월 한체대 수영장 비밀훈련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며, 훈련을 중단하게 된 사례를 떠올렸다. "태환이에게 똑같은 아픔을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한테 더 이상 상처가 되면 안된다. 훈련에만 올인할 수 있도록 모든 잡음을 없애고 시작하고 싶다. 훈련을 진행하다 '이러이러하니 나가라' 하면 또 상처가 된다"고 했다. 공문 요청과 관련, "선수가 훈련을 재개함에 있어 논란이 없는 상태에서, 오직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수영연맹의 관계자는 수영장 논란과 관련, "현재 박태환은 국가대표 신분이 아니고, 노 감독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속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등록을 하려는 것인데, 왜 박태환에게만 그것이 불가하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수영연맹(FINA) 반도핑규정에 의거, 징계중인 선수에 대해 해당 연맹이 공식적으로 훈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박태환이 원한다면, 대표팀이 아닌 일반 수영클럽이나 수영교실의 일원으로서 개인훈련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외국의 경우, 쑨양, 펠프스 등 도핑, 약물에 연루된 선수들이 자국의 학교, 클럽 수영장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훈련을 차질없이 진행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수영장 현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수도권에서 국제규격을 갖춘 50m 풀은 올림픽수영장, 잠실수영장, 한체대 수영장, 서울체고 수영장 등 7곳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들 수영장이 모두 공공기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시설이라는 점이다. 50m 풀을 갖춘 '사설' 수영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 산하기관의 도움이나 지원 없이, 노 감독의 수영교실 등록마저 막힌다면, 박태환의 국내 훈련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수영선수' 박태환이 물을 떠난 지 벌써 4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올림픽 챔피언' 박태환을 키운 건 절반의 재능과 절반의 노력이다. 기록경기에서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훈련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쑨양, 하기노 고스케 등 박태환의 경쟁자들은 이미 7월 말 카잔세계수영선수권을 앞두고 치열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박태환의 18개월 징계는 지난해 9월 3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다.


전국민이 사랑했던 '수영스타' 박태환의 도핑 파문은 당연히 실망스럽지만, 이것이 곧 선수 생명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뼈아픈 실수 후 겸허한 자기성찰과 피나는 노력끝에 재기한 '월드클래스' 수영선수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최대의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바꾼 이들이다. 튀니지 출신 장거리 수영 에이스 우사마 멜룰리(31)는 2006년 11월 미국수영대회에서 각성제인 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돼 2년간 선수자격이 박탈됐고, 메달도 모두 뺏겼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 재학중이던 멜룰리가 밤샘 공부를 위해 각성제를 복용한 사정을 감안했다. 18개월로 징계가 감경된 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자유형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국 튀니지에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한 후 "지난 2년간 고개를 들지않고 헤엄치고 웨이트트레이닝 하느라 집에 한번도 가지 못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원영 선수로 변신, 남자수영 10km 금메달과 1500m 동메달을 동시에 따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자유형 금메달을 휩쓴 중국 에이스들 역시 도핑 파문을 넘어섰다. '박태환의 라이벌' 쑨양은 지난해 5월 중국선수권대회 기간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혈관확장제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에 양성반응을 보여 중국반도핑기구(CHINADA)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를 받은 직후, 인천에서 자유형 400-1500m 금메달 등 3관왕에 올랐다. 중국의 닝제타오 역시 2011년 중국수영선수권에서 클렌부테롤이 검출돼 자국 수영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후,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자유형 50-100m 금메달 등 4관왕에 올랐다.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 여자평영 50m 금메달리스트였던 미국의 제시카 하디는 클렌부테롤이 검출돼.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 여자평영 50m 금메달,런던올림픽 400m 혼계영 금메달, 400m 계영 동메달을 따냈고, 2013년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 혼계영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이자 브라질의 단거리 '수영영웅'인 세자르 시엘루 필류는 2011년 5월 도핑테스트에서 프로세미드가 검출됐지만, 그해 상하이세계선수권 접영 50m,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후에도 런던올림픽 자유형 50m 동메달, 2013년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 접영 50m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단거리 수영의 최강자로 승승장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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