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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한중 연합' 양하은(21·대한항공·세계랭킹 21위)- 쉬신(25·세계랭킹 2위)조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쑤저우세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8년부터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아온 조 회장의 탁구 사랑이 결실을 맺고 있다. 런던올림픽 후 유승민, 오상은, 김경아, 당예서, 박미영 등 지난 10년간 한국탁구를 호령해온 에이스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탁구의 세대교체기에 어린 선수들의 부진을 질책하기보다는 전력과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고민했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은 세심하게 챙기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글로벌 스포츠 인재로서 필요한 소양을 교육을 통해 직접 챙겼다. 대회 현장에서 관광을 통해 견문을 넓힐 것, 경기에서 지더라도 배울 것, 축구, 야구와 같은 과학적 분석과 전력분석관 제도를 도입할 것 등을 제안했다. 회장사 대한항공의 지원속에 인천아시안게임, 쑤저우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제주도 한중 합동훈련도 성사됐다. 세계선수권을 앞둔 3월 말, 류궈량 중국 대표팀 감독이 중국 2군 대표선수들을 데리고 방한했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를 훈련장소로 택해 11박12일동안 최강 중국선수들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한국선수로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유승민 이후 11년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양하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미 세계 최강인 중국 선수들이 우리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 실력뿐 아니라 강력한 멘탈을 가진 부분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중국과의 첫 금메달은 스물한살 양하은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쉬신의 파트너가 되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와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한국 중국 양국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 부담감, 심리적인 부분을 이겨냈다. 처음으로 애국가를 울리고 태극기가 올라가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했다. "내년 리우올림픽에서 (서)효원 언니 등 동료들과 우리들만의 메달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목표가 더 또렷해졌다"고 말했다. "중국과 함께 따낸 메달이지만, 나는 내 몫을 했다. 모든 부담감을 이겨낸 부분이 자랑스럽다. 중국과 함께한다고 누구나 되는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고, 현장에서 고비를 넘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이 금메달은 3년, 5년 계속 내게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해야 된다. 더 독해져야 한다"며 눈빛을 빛냈다.
시상식 후 빛나는 트로피가 양하은-쉬신조에게 전달됐다. 개인전-단체전이 격년제로 번갈아 열리는 세계선수권 트로피에는 전통이 있다. 수상자의 해당 협회가 2년간 트로피를 잘 보관한 후, 다음 대회 수상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기자회견 직후 우승 트로피를 누가 가져갈지에 대한 궁금증이 불거졌다. 대한탁구협회측은 "2일 양국 협회 대표자 회의를 통해 트로피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1년, 중국이 1년씩 나누어 보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남자' 쉬신이 트로피를 파트너 양하은에게 쓱 밀었다. 양하은이 트로피를 보물단지처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