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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아이언맨' 윤성빈이 쓰고 있는 기적의 드라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1-25 09:23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금메달을 따지 않는 한 어떤 선수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켈레톤 역대 최고인 16위를 기록한 뒤 취재진의 축하에 대한 윤성빈(21·한국체대)의 말이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젊은 선수의 호기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윤성빈은 혼자 힘으로 역사를 바꿔가고 있다. 올림픽에서 사상 첫 썰매종목 메달 획득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윤성빈은 23일(한국시각)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2분16초77의 기록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썰매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나선 월드컵에서 신기원을 쓴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소치올림픽에서 1~3위를 차지한 선수들이 모두 참가했다. 해외언론은 썰매 불모지인 한국에서 온 신성의 무서운 성장세를 신기해하며 '아이언맨'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국 스켈레톤은 2000년에야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이 생길만큼 역사가 짧다. 국내에서는 훈련할 시설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된 평창동계올림픽 일본 분산개최의 핵심사항도 썰매 경기장이었다. 국내에 지어도 향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만큼 윤성빈의 등장은 기적에 가깝다.

윤성빈은 2012년 처음 썰매를 타봤다. 2011년까지 엘리트 체육과 무관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제자리 점프로 농구 골대를 두 손으로 잡을 만큼 뛰어난 순발력을 갖췄다는 것을 눈여겨본 체육 선생님이 한국체대 강광배 교수에게 소개시켜주며 썰매와 인연을 맺었다. 스키장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을 정도로 동계 종목과 인연이 없었지만 배구선수 출신의 아버지와 탁구선수 출신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운동 DNA를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11월 처음 FIBT 주관 대회에 출전한 윤성빈은 단 2년2개월의 국제 경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시즌 대륙간컵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낸 윤성빈은 월드컵 2차 대회 동메달에 이어 이번 5차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톱10에 오른 선수들을 살펴보면 윤성빈이 얼마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우승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는 2001년부터 국제무대를 누빈 베테랑이다. 윤성빈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선수는 3위를 차지한 니키타 트레기보프(20·러시아) 정도다. 하지만 트레기보프는 유럽 출신으로 현지 트랙에 익숙한 이점까지 갖고 있어, 해외 훈련을 전전하는 윤성빈과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윤성빈은 생모리츠 트랙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접했다.

연습벌레 윤성빈은 한계를 계속해서 극복하고 있다. 더 빠른 가속을 위해 살을 찌우고 있으며, 장기인 스타트 기술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 1000만원 상당의 특급 썰매를 공수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비와 트랙 전문가도 영입할 계획이다. 윤성빈의 시선은 평창만을 향해 있다. 은메달 획득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윤성빈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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