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수영영웅'박태환과 인천의 약속,'박태환재단'현주소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0-16 07:02




'대한민국 수영의 자존심' 박태환(25·인천시청)은 2년전인 2012년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2013년 3월 28일엔 '인천시청'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5월 인천시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릴 문학수영장을 '문학박태환수영장'으로 명명했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0월14일, 문학박태환수영장이 오픈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박태환이 활짝 웃으며 현판식 및 테이프 커팅식에 나섰다. 인천아시안게임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수영영웅' 박태환이 물살을 갈랐다. 박태환의 레이스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영 팬들로 수영장은 연일 만원을 이뤘다. 한 모바일서베이 전문업체가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직전 진행한 '14명의 홍보대사 중 인천아시안게임과 가장 어울리는 홍보대사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총 1008명의 응답자 중 절대다수인 무려 42.95%가 '박태환'(433명)이라고 답했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과 대한민국 인천의 얼굴이었다. 성화가 꺼진 후, 문학박태환수영장의 사후관리 및 경영 문제가 남았다. 송 전 시장 시절, 인천시는 '박태환재단'이 직접 문학박태환수영장을 위탁경영하는 안에 합의했다. 인천시체육회에서 2억원, 기업후원금 2억원, 박태환측 1억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 재단을 설립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흘러나왔다. '박태환 아카데미'를 통해 수영 꿈나무를 길러내고, '박태환 프로그램'을 생활체육에 활용할 각종 방안도 마련했다. 올해까지 재단 설립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재단이 수영장 운영을 맡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10월 중순 현재, '박태환재단' 설립은 사실상 답보 상태다. 이달초 인천시가 내놓은 신설경기장 활용방안에서 문학박태환수영장의 관리주체는 '박태환재단'이 아닌 '인천시체육회'로 바뀌었다.


◇지난 2일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 손연재 시상에 나선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경기장에 들른 박태환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 직후 시의 수장이 바뀌었다. 유정복 신임시장이 취임했고, 본격적인 인천아시안게임 준비에 돌입하면서 '박태환재단'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박태환재단'은 인천시의 약속이자 엘리트 스포츠의 지속가능한 가치다. 수영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희망이자 기적이 된 '천재 수영선수'의 미래를 지키는 일, 그리고 그 후예를 키우는 일은 정치 이상, 투자 이상의 의미다. '마린보이' 박태환을 매개로, 인천시와 엘리트체육, 생활체육이 공존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문학박태환수영장 이름의 주인인 '박태환 프로그램'의 운영은 일반 시민들은 물론, 꿈나무 수영선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방면에서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그림이다. 인천시 입장에서도 '대한민국 수영 레전드'이자 인천시청 소속인 박태환을 후원하고,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책임지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따낸 박태환은 아직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내심 내년 세계선수권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만, 국내 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호주, 미국 등 해외훈련을 이어갈 훈련비 부담이 걱정이다. "후원사가 생기면, 그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을 각오"라고 했다. 이달 초 손연재의 리듬체조 금메달 시상식에서 박태환과 조우한 김 종 문화체육부 제2차관은 박태환에게 "리우올림픽까지 가야죠?"라고 반문했다. 박태환은 웃음으로 답했다. 리우올림픽까지 박태환이 선수생활을 유지하는 데 박태환재단은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박태환이 평소 관심을 가져온 꿈나무를 키우는 데도 최적화된 '선순환' 모델이 될 수 있다.

인천시체육회 관계자는 '박태환재단'의 박태환수영장 위탁경영 문제에 대해 "현재진행형"이라고 명시했다.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와 인천아시안게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이 이어지면서 동력을 잠시 잃은 면이 있지만, 향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박태환재단을 설립할 재원이다. '역도스타' 장미란이 이사장으로 일하는 '장미란재단'의 경우 비자카드, 신신제약, 경기도, 고양시 등 지자체와 기업들이 든든한 후원 파트너를 자처하고 있다.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 출신 멘토들이 찾아가는 운동회인 '장미운동회'에 대한 현장의 호응이 뜨겁다. '축구스타' 박지성이 이사장으로 있는 'JS파운데이션'은 매년 나이키가 공식용품 후원을 맡고, 튼튼병원, 투어2000 등이 공식후원 해왔다. 에어아시아, 카카오톡 등이 대회 타이틀스폰서를 자청했다. 유소년 꿈나무 양성을 위한 JS드림컵, 아시아 축구환경 개선과 꿈나무들을 위한 아시안드림컵 자선경기 등을 꾸준히 개최해왔다.

'대한민국 유일의 올림픽 수영 챔피언' 박태환의 기적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가치'에 대한 기업과 지자체, 정부의 후원이 필요하다. 인천시체육회 관계자 역시 "무엇보다 박태환재단의 설립이 선행돼야 한다. 재단이 설립되려면 씨드머니(종잣돈)가 있어야 하고, 재단을 후원할 기업이 필요하다. 재단만 설립된다면 내년, 내후년에라도 계획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