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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일본 귀화' 엄혜련, 한달 전 떠난 아버지 위한 동메달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9-28 11:47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 경기가 열렸다. 여자 양궁은 1998년 방콕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대회까지 4연패에 성공했다. 이번에 금메달을 따며 5연패를 달성했다. 동메달을 차지한 일본 여자 양궁 대표팀(오른쪽)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한국 출신 엄혜련이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9.28

일본의 궁사 하야카와 렌은 펑펑 울었다.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하야카와 렌은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일본이 인도를 누르고 동메달을 따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펑펑 눈물을 쏟은 하야카와는 축하하러 온 한국 선수들과도 기쁨을 나누었다. 또렷한 한국말로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라고 했다. 하야카와 렌. 한국명 엄혜련. 그녀는 한국 사람이었다.

엄혜련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북체고를 졸업했다. 큰 성적은 내지 못했다. 고3때인 2005년 시도대항 60m 1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집안 사정도 좋지가 않았다. 실업팀인 현대모비스에 입단했지만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양궁선수로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 2007년 어머니와 언니 엄혜랑(일본명 하야카와 나미)이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를 선택했다. 엄혜랑은 2004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일장기를 달고 나선 바 있다. 하야카와 렌으로 나선 엄혜련은 승승장구했다. 일본체대에서 공부한 그는 2011년 일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언니를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 양궁에 나섰다.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견인했다. 일본에게는 첫 여자양궁 올림픽메달이었다. 올림픽동메달로 일본 여자 양궁의 인기는 높아졌다. 저변도 넓어졌다. 일본에서 양궁하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을 알아보기도 했다.

다음 목표는 인천아시안게임이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에 살고있는 아버지가 아시안게임 개막 한달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엄혜련으로서는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나 컸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왔다갔다했다. 합숙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펑펑 눈물을 쏟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엄혜련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화살도 제대로 못 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엄혜련은 눈물을 글썽였다.

엄혜련의 다음 목표는 2016년 리오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엄혜련은 "일단 10월에 일본체전이 열린다. 내가 살고 있는 나가사키에서 열리는만큼 우승을 위해 매진하겠다. 이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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