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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둔 9월 초, 전북 고창 남동마을 입구에 우뚝 선 '체조영웅' 양학선의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런던올림픽 이후 2년만의 방문이다. 금메달을 따면 부모님께 집을 지어주겠다던 양학선의 약속은 지켜졌다. '체조영웅'이 금메달 꿈을 키웠던 비닐하우스 위쪽,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곳에 양옥집이 들어섰다. '2012년 런던올림픽 영웅 체조 양학선'이라는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집앞 웅덩이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있던, 아버지 양관권씨가 반색했다. "오신다기에 고기 좀 잡아주려고…. 여기 물반 고기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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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또 비닐하우스 집 얘기가 나왔다. 아버지는 "나는 저거 없애버리고 싶어" 한다. 아비로서는 처자식 고생한 흔적을 볼 때마다 가슴아프다. 어머니가 손을 내저었다. "하우스는 우리 학선이가 금메달을 딴 명당인데, 잘 보존해야제, 학선이 사진이랑 기사도 좀 갖다 붙여놓고." 양학선의 비닐하우스집은 '명소'가 됐다. 인근 천주교 성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마을 입구 양학선 비석을 보고 불쑥불쑥 찾아온다. "맘대로 외출도 잘 못해. 양학선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헛걸음치게 할 순 없잖아." 아들을 보러온, 낯선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대접하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달라진 부부의 일상이다.
'보글보글' 매운탕이 끓자 휴대폰이 울렸다. 부부의 얼굴이 환해졌다. 매일 오후훈련이 끝나면 살가운 막내아들 양학선은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아버지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학선아, 아프지 말고, 괜찮아 괜찮아. 그냥 연습하던 대로, 늘 하던 대로만 해. 그럼 니는 무조건 된다."
식사후 둘러앉은 TV 앞, 마침 '남북 도마의 신' 양학선과 리세광을 비교하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담소를 나누던 부부가 뉴스에 귀를 쫑긋 세웠다. 어머니가 말했다. "저 애기도 아주 잘한다던데….. 우리 학선이하고 똑같이, 아주 어려운 기술을 뛴다던데…. 그래도 나는 우리 아들 믿으니까." 하얀 도화지에 '사랑한다 우리아들!'을 또박또박 써내려간 후 어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
고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